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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미국 ‘도금시대’엔 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
2023.02.11 10: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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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드라마 '길디드 에이지'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길디드 에이지'의 주요 인물인 애그니스는 전통적인 상류층으로 신흥 부호들을 경멸한다. 웨이브 제공

'길디드 에이지'의 주요 인물인 애그니스는 전통적인 상류층으로 신흥 부호들을 경멸한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바로 보기 | 9부작 | 15세 이상

대륙횡단철도가 열린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석유왕 존 록펠러 같은 신흥 부호가 등장한다. 19세기 후반 미국은 변화의 급류에 휘말린다. 남북전쟁이 끝나자 농업국에서 공업국으로 발돋움한다. 돈이 위력을 떨치던 시대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길디드 에이지(The Gilded Age·도금시대라는 의미)’는 뉴욕 사교계를 배경으로 황금만능주의가 미국을 지배하던 시절을 되짚는다.

①졸부는 사교계에 들어올 수 없다

래리(왼쪽)는 신흥 부호 조지 러셀의 아들로 사업가 아버지와는 다른 꿈을 품고 있다. 웨이브 제공

래리(왼쪽)는 신흥 부호 조지 러셀의 아들로 사업가 아버지와는 다른 꿈을 품고 있다. 웨이브 제공

조지 러셀(모건 스펙터)은 철도왕이다. 무자비한 성격으로 경쟁자를 압도한다. 정계와 결탁해 사업을 확장하는 수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 궁궐 같은 저택을 짓는다. 건너편 상류층 중년여인 애그니스(크리스틴 바란스키)는 러셀 집안의 이사가 못마땅하다. 졸부가 상류층 사회를 넘본다는 이유에서다. 애그니스뿐만 아니다. 뉴욕 사교계는 러셀 집안을 무시한다. “돈밖에 없는 이들”이라며 경멸하기 일쑤다. 조지의 아내 버사(캐리 쿤)는 세상이 그럴수록 사교계에 진입하고 싶다.

러셀 집안이 이사할 즈음 애그니스의 조카 메리언(루이자 제이콥슨)이 고모 집을 찾는다. 그는 오갈 곳이 없다. 한동안 애그니스에게 의지해 살아야 한다. 메리언은 순수하다. 고모 후광으로 사교계에 들어간 그는 호의와 배려로 사람들을 대한다.


②급변의 시대 교차하는 욕망들

메리언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의지할 곳이 없자 뉴욕 고모 집에 살게 된다. 그는 순수와 호의, 배려로 사람들을 대하나 사랑은 그를 배신한다. 웨이브 제공

메리언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의지할 곳이 없자 뉴욕 고모 집에 살게 된다. 그는 순수와 호의, 배려로 사람들을 대하나 사랑은 그를 배신한다. 웨이브 제공

드라마는 두 사람의 사연이 큰 줄기를 이룬다. 사교계를 쥐락펴락하고 싶은 버사의 야망, 사교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메리언의 순정한 사랑이 교차한다. 여기에 조지의 야심만만한 사업 확장, 조지의 재산을 노리고 사위가 되려는 애그니스의 아들 오스카(블레이크 릿슨)의 음모, 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흑인 여성 페기(드니 벤튼)의 도전이 더해진다. 버사의 사교계 진입을 봉쇄하려는 상류층 여인들의 담합이 곁들어지고, 각 집안 하인들의 작은 이야깃거리가 끼어든다. 의상과 주택, 식사 등 상류층의 화려한 면면이 펼쳐지며 시선을 잡는다.


③순수한 사랑의 시대는 끝났나

흑인 여성 페기는 당대 불가능해 보였던 꿈을 이루기 위해 역경을 헤쳐나가는 굳은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웨이브 제공

흑인 여성 페기는 당대 불가능해 보였던 꿈을 이루기 위해 역경을 헤쳐나가는 굳은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웨이브 제공

드라마에는 절대적 악인은 없다. 버사는 그저 재력만큼 대접받고 싶고 ‘그들만의 리그’에 끼어들고 싶을 뿐이다. 조지는 사업을 독점화해 아무도 도전하지 못할 부의 철옹성을 쌓고 싶어 한다. 버사와 조지는 술수를 마다하지 않으나 의외로 이성적이고 타협점을 안다.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애그니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류층의 품격을 중요시하는 그는 흑인 페기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해 주고 응원해 준다. 버사와 조지를 극도로 싫어하는 상류층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싶어 할 뿐이다. 드라마는 돈이 모든 것의 기준으로 변해버린 시대, 각자 위치에서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살았던 사람들의 갈등과 화합을 묘사하며 당대 풍속도를 화면에 복구하는 데 집중한다.

뷰+포인트

제목은 마크 트웨인과 찰스 두들리 워너가 공저한 소설 ‘도금시대’(1873)에서 비롯됐다. 트웨인과 워너는 소설을 통해 배금주의를 풍자했는데, 드라마는 딱히 비판적이지 않다. 메리언의 사랑을 통해 순수의 시대가 저물고 돈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하는 정도다. 미술과 촬영이 화려하고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주나 폭발력은 약하다. 눈이 종종 즐거우나 가슴을 치지는 않는 드라마다. 시즌2가 만들어지고 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9%, 시청자 7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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