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성기 만진다'며 홀로 가둬
보조금 횡령·자격 상실에도 운영
포항시, 공익신고에도 감독 소홀
1심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가정폭력 등으로 부모와 떨어져 시설에 맡겨진 아이를 옥탑방에 가둬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북 포항의 아동보호시설 시설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2단독 권순향 부장판사는 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포항의 한 공동생활가정 전 시설장 이모(52)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시설 대표 A씨와 직원 2명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 모두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도 명령했다.
이씨와 A씨는 가정폭력 등으로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를 24시간 돌보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을 만들고 5~10세 아이 6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2019년 유령 직원을 등재해 정부 보조금 6,3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시설장 자격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이씨는 포항시 묵인하에 정부 보조금을 받는 아이들 양육비를 직접 관리하며 시설을 운영했다.
이씨의 불법은 새로 뽑힌 시설장의 공익신고로 드러났다. 새 시설장이 출근 후 며칠 만에 이씨 등의 아동학대 행위를 확인해 포항시와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신고하면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새 시설장에 따르면 이씨 등은 6명의 아이 중 동생과 함께 입소한 10세 아이가 동생의 성기를 만져 분리 조치한다는 목적으로 건물 3층 옥탑방에 가둬 지내게 했다. 형제 외에 나머지 아이들도 피부질환을 앓아도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가 추가 확인됐다.
공익신고자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현장 확인을 하지 않는 등 감독에 소홀했던 포항시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뒤늦게 시설을 폐쇄하고 해당 아이들을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공익신고자인 새 시설장도 아동학대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으나, 검찰로 송치된 후 혐의를 벗었다.
권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다른 아동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아동을 분리했고 학대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피해 아동의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했다”며 “피고인들은 세심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로 피해 아동들을 잘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아동들에게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포항지역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 포항공동투쟁단'은 이날 포항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가 확인됐는데도 가해자들은 지역에서 아동센터를 운영하며 포항시 지원을 받고 있다"며 포항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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