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김정은 뒤에 딸 주애 서 있었다

ICBM·전술핵 운용 부대 등장
김정은 공식 연설은 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열병식에 참석해 활짝 웃으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밤 열린 조선인민군 창설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딸 주애를 데리고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조선중앙통신이 발행한 사진을 보면 주애는 군의 사열에 앞서 김 위원장과 상당한 거리를 둔 뒤편에서 검은색 코트를 입고 어머니 리설주와 함께 서 있었다. 주애는 열병식 행사장까지 함께 이동한 뒤 본격적인 사열은 김 위원장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사랑하는 자제분과 리설주여사와 함께 광장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또, 조용원 당 중앙위원회 조직비서와 리일환·김재룡·전현철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존경하는 자제분'(주애)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잡았다고 했다.

주애는 김 위원장과 함께 지난 7일 인민군 장령들의 숙소를 방문해 연회장에 등장했는데 하루 만에 공식석상에 재등장한 것이다. 이는 백두혈통으로 향후 후계자가 될지도 모를 딸의 입지를 부각하기 위한 김 위원장의 의도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주애가 관영 매체 보도 등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 방문 이후 5번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둘째 딸인 김주애가 지난 8일 열병식에 주석단에 자리해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검은 중절모와 코트 차림으로 열병식에 참여한 군 병력과 장비를 사열했다. 김덕훈 내각총리, 리병철·리영길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강순남 국방상, 박수일 총참모장, 정경택 총정치국장 등이 주석단에 오른 김 위원장 곁을 지켰다.

김 위원장이 착용한 검은 중절모와 코트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의 대표적인 옷차림이다. 할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옷차림을 통해 김 전 주석과 김 위원장을 동일시하고 군의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종 불명확한 미사일 등장…고체 연료 엔진 적용한 신형 가능성

이날 연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술핵을 운영하는 부대가 등장했다.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위성 사진을 보면 김일성광장에 운집한 군중 앞으로 ICBM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 행렬이 이동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사진상 무기 행렬의 선두에는 ICBM 화성-17형이 있고, 그 뒤로 중장거리급 미사일을 탑재한 TEL이 2열 종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식별됐다.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열병식 장면. 우측으로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 행렬이 보인다.(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 트위터 캡처) 뉴스1

이어지는 1열 종대 행렬은 기종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미사일로, 북한이 열병식에서 위력이 강하거나 신형인 무기를 뒤에 배치하는 통상적 행태를 볼 때 최근 시험한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다만, 이날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공식 연설을 하지 않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