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본서 발간된 인터뷰 형식 회고록에서
"노무현 정부 때 결정 알고서도 해결 안 해"
반도체 수출 규제는 "WTO 룰 부합" 정당화
"위안부 합의 깨져 일본이 '도덕적 우위' 확보"
"트럼프는 사업가... 외교안보를 돈으로 계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생전에 작성된 회고록에서 2018년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전부 돌린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문재인은 확신범"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강제동원 배상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범위에 포함됐다고 노무현 정부에서 판단했다는 사실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알고서도 2018년 대법원 판결 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명목에서다.
7일 일본에서 출간된 회고록엔 요미우리신문 편집위원 등이 아베 전 총리를 2020년 10월부터 약 1년간 18번에 걸쳐 36시간 동안 인터뷰한 내용이 담겼다. 한국 관련 내용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북미 정상회담 등을 다룬 부분에 나온다.
강제동원 놓고 문 전 대통령 비난...수출규제는 정당화
아베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전 대통령이 강제동원 배상 이슈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 대법원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일’을 정권 부양의 재료로 사용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베 내각은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가해 한일관계를 더 꼬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이 역시 정당화했다. 그는 “한국이 징용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두 문제가 연결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했다. 또 당시 수출 규제는 국제무역기구(WTO) 룰에 어긋나지 않는 참신한 아이디어였다면서 수출 규제를 제안한 경제산업성 관료들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당시 한국의 맞불 조치였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대해선 “감정적인 대항 조치로, 미국의 강한 압박을 초래했다"고 폄하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와 맺은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대해서는 “한국이 배신해 실패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도덕적 우위에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합의 전에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반인권적이라고 비판받았는데, 한국이 합의 파기로 도덕적 명분을 상실하면서 결과적으로 득이 됐다고 자평한 것이다.
"트럼프에 '북한 제재와 압박' 지속적 요구했다"
2018년 이후 문재인 정부의 중재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는 등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해빙 분위기가 흘렀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북한에는 (대화 시도가 아닌)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한다"고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털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데 대해 “외교 안보까지 돈으로 계산하는 사업가 출신”이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 나선 것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골프를 치며 각별한 사이를 과시했지만, 회고록에서는 싸늘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미 항공모함의 동해 파견을 '막대한 돈이 든다'며 아까워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외교안보를 모르는 문외한 취급했다. “트럼프는 1시간~1시간 반 동안 길게 통화하는 데다, 본론은 처음 15분 정도만 이야기하고 이후에는 골프 이야기와 다른 국가 정상에 대한 험담만 했다”고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비롯한 각국 정상과의 일화를 소개했으나, 한국 대통령은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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