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서울광장 빼고 제안 요청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15일로 연기
유족 "서울시, 녹사평역 기습 제안"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서울광장에 설치한 추모 분향소 철거를 1주일 연기하기로 7일 결정했다. 시는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제외하고 추모공간으로 원하는 장소를 주말까지 제안해 달라고 유족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서울시 제안이 "받으려면 받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었다"며 진정성 있는 대화가 우선이라고 맞서 양측이 접점을 찾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전날까지 분향소 설치가 불법이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자진 철거를 압박했던 서울시는 이날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들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른 사안처럼 다루진 않겠다"면서 "유족들이 추모공간을 찾을 시간을 드리기 위해 1주일간 행정대집행을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서울시는 8일 오후 1시를 분향소 자진 철거 시한으로 정한 2차 계고장을 보냈다가, 15일 오후 1시까지 연장했다.
추모공간도 유족들 뜻을 수용할 의지를 보였다. 오 부시장은 "유족들이 선호하는 추모공간이 있다면 12일까지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오 부시장은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광장 등에 상설 시설물은 시민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가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시 제안에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그간의 소통과정을 문제 삼았다. 유족들은 “민간 건물 3곳 외에는 어떤 제안이나 협의도 없었고, 내용 면에서도 유족으로선 수용 불가능한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을 놓고 양측이 협의해왔다는 오 부시장 주장에 대해서도 “100일 추모대회를 앞두고 세종로공원 분향소 설치를 요청하자 서울시가 이를 단박에 거절하고 녹사평역 공간을 ‘기습적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 부시장은 "유족들이 사고 현장인 이태원 인근 공공건물에 추모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 구체적으로 용산구청과 녹사평역을 먼저 언급했고, 서울시가 장소가 부족한 용산구청 대신 녹사평역 역사를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서울시를 향해 진정성 있는 소통을 분향소 설치 문제 해결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서울시가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던져주고 받으려면 받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협의라고 한다면 더 이상 소통은 불가능하다”며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서울시와 더 이상 직접 소통을 하지 않겠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법률대리인에게 협의와 소통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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