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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흉기' 10대 무면허 렌터카 질주 왜 반복되나

입력
2023.02.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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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무면허 사고, 매년 100건 이상
차량공유 앱 가입·신원 확인 비대면 허점
불법 대여 업체도 활개... "인증 강화해야"

편집자주

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은 사건이 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사건의 이면과 뒷얘기를 '사건 플러스'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지난달 4일 충남 공주에서 보행자를 숨지게 한 10대 무면허 운전자가 몰던 차량. 공주=연합뉴스

지난달 4일 충남 공주에서 보행자를 숨지게 한 10대 무면허 운전자가 몰던 차량. 공주=연합뉴스

# 지난달 4일 오전 9시 30분 충남 공주시 신관동 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 승용차 한 대가 좌우로 비틀거리더니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시작했다. 차량은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남성을 덮친 뒤 신호등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다친 남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알고 보니 운전자는 고교를 중퇴한 미성년자 A(16)군이었다. A군은 사고 발생 9시간 전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카셰어링(공유차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차를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친구가 미리 아버지 명의로 휴대폰 계정을 만들어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빌린 차량을 타고 8시간 동안 대전, 세종, 보령, 대천해수욕장 등을 누볐다. 충남 일대를 신나게 돌아다닌 뒤 새벽녘 친구를 집에 내려준 A군은 혼자 집으로 향하다 깜박 잠이 들었고, 기어이 사고를 내고 말았다.

허술한 카셰어링 인증... 3중 보안도 무용지물

공유차량의 허점을 악용한 10대들의 무면허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8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세 이하 무면허 렌터카 사고 건수는 2018년 132건, 2019년 141건, 2020년 162건, 2021년 106건으로 연간 100건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공유차랑 대여 과정이 전부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운전면허가 없는 10대들도 차량을 빌리기 쉬운 구조다. 지난해 3월 경찰을 따돌리려 역주행 행각을 벌인 미성년자나, 2020년 10월 전남 화순에서 친구 3명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 20대 여성을 친 고교생 모두 앱으로 차를 빌렸다.

공유차량 업체들도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2019년부터 가입할 때 본인 명의 휴대폰과 운전면허증, 본인 소유 계좌를 확인하는 3중 보안체계를 마련했다. 그러나 일단 앱에 가입만 하면 별도의 신원확인 절차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가입 조건은 만 21세 이상, 운전면허취득 1년 이상으로 제한돼 있지만 가입자와 실제 운전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여전히 얼굴을 안 봐도 돼 빈틈이 생기는 것이다.

전문 브로커, 미성년자 콕 집어 꾀어

카셰어링 업자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 텔레그램 캡처

카셰어링 업자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 텔레그램 캡처

10대들을 유혹하는 덫은 또 있다. 공유차량의 맹점을 잘 아는 브로커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들에게 은밀히 대여를 권한다. 지금도 텔레그램이나 트위터에 ‘미성년자 렌트’ ‘카셰어링 명의 대여’ 등으로 검색하면 차를 빌려주겠다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취재진이 업체 8곳에 미성년자를 가장해 접근했더니, 하나같이 “원하는 차종과 기간만 알려주면 대여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브로커들은 운전이 가능한 성인 아이디로 앱에 가입한 후 10대에게 운전대를 넘겨주는 수법을 쓴다. 비용은 15만~20만 원만 내면 된다. 심지어 할인 혜택을 미끼로 조기 대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3년 동안 이 일을 해온 브로커 B씨는 “휴대폰 위성항법장치(GPS)를 조작해 원격으로 차 문을 열어주니 운전만 하면 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자 C씨도 “고객센터로 전화해 GPS 오류가 났다고 하면 그쪽(고객센터)에서 직접 열어준다”며 다양한 방법을 알려줬다.

심지어 차를 빌릴 때마다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접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패키지 상품’까지 등장했다. 150만 원 정도만 내면 성인 명의 휴대폰과 운전면허 사본, 신분증 사본을 몽땅 퀵서비스로 보내주는 식이다.

성인 명의는 대개 브로커들이 대부업체를 통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접근해 수집한 것이다. 명의 대여자는 범죄 방조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10대가 모는 차량이 사고가 나면 명의 대여자가 고스란히 죄를 뒤집어쓰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실제 운전을 한 10대와 직접 연락할 방법도 마땅찮은 데다, 본인도 떳떳하지 못해 경찰 신고를 꺼려 피해 사실조차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업체 의지가 범죄 방지의 시작

미성년자 운전자를 찾는 트위터 홍보글. 트위터 캡처

미성년자 운전자를 찾는 트위터 홍보글. 트위터 캡처

무면허 질주를 원천 차단하려면 무엇보다 공유차량 업체들이 인증 절차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업체들은 인증 절차를 추가하면 소비자 불편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지만, 미성년자의 일탈을 막고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더 이상 핑계만 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첨단기술을 잘 활용해도 사각지대를 크게 줄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시동을 켤 때 운전자와 명의자 일치 여부만 확인해도 범죄 예방에 효과를 볼 것”이라며 “이런 생체인식 기술은 현실에 적용 가능할 정도로 발전 정도가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어떤 해법이든 경각심을 갖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업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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