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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다해요" 1인 스타트업 해부

입력
2023.02.07 13:00
수정
2023.02.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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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패션 스타트업 포모드 체험기 1회


편집자주

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 또래인 H가 취준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근무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관찰기를 매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취준생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기 담아 전달합니다.



H가 이번에 찾아간 신생기업(스타트업)은 혼자서 아이디어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을 다하는 1인 기업 포모드입니다. 지난해 혼자서 포모드를 창업한 소민경 대표는 세계 최초로 보온보냉 기능을 지닌 여성용 가방을 개발했습니다.

가방에 보온보냉 공간이 있어서 도시락이나 음료수 등을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이색 가방입니다.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에 인터넷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1억4,000만 원을 모금해 창업했습니다.

1인 스타트업은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하니 힘들지만 그만큼 자유로운 장점이 있습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등 정해진 근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습니다. "외부 업체를 방문하거나 다른 일정이 있으면 근무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해요."

소민경 포모드 대표가 공유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소민경 포모드 대표가 공유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근무 공간도 자유롭습니다. 소 대표는 주로 서울 선릉역과 역삼동 근처 공유 사무실에서 일합니다. "사무실 임대료, 물품 구입, 공간을 꾸미는 비용 부담이 없어 1인 기업들이 공유 사무실을 많이 선호하죠."

H는 포모드를 통해 공유 사무실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쾌적한 내부 환경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 덕분에 일하기 좋았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이 동기 부여가 됩니다. 소 대표도 같은 생각이더군요. "다른 업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회사 사무실처럼 갇혀있는 느낌이 없어 집중도 잘 되죠."

하지만 1인 스타트업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만큼 어려움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의논할 상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경험이 부족하고 주변에 조언을 구할 지인이 없다 보니 공장 계약하며 사기를 당할 뻔한 적이 많아요. 또 공장에서 생산 관련 사고가 났을 때 혼자서 대처해야 하는 것도 힘들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인들과 동업을 할 수도 있지만 마음이 맞는사람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스타트업 창업은 앞날을 알 수 없으니 불안한 요소가 많아요. 주변 사람들도 다들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더군요. 그래서 가끔 외로움을 느껴요."

1인 스타트업 포모드의 소민경 대표는 주로 서울 역삼동의 위워크 공유 사무실을 이용한다. 위워크 제공

1인 스타트업 포모드의 소민경 대표는 주로 서울 역삼동의 위워크 공유 사무실을 이용한다. 위워크 제공

하루 8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근무시간을 반대로 뒤집으면 그 이상 일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소 대표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합니다. 1인 스타트업이 얼마나 바쁜지 소 대표의 하루 일과를 지켜봤습니다.

소 대표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포모드 홍보글을 올립니다. "SNS는 게시글을 자주 올릴수록 홍보효과가 높아져요."

10시에 공유 사무실에 출근하면 오전에 공장, 수출, 마케팅 대행 업체 등에서 온 이메일과 포모드 가방의 보온보냉 기능 특허에 필요한 서류들을 처리합니다. 그러다 보면 오전이 금방 지나가죠. 점심을 먹고 나면 이번에는 자체 판매 사이트, 와디즈 스토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접수된 소비자 주문을 확인하고 공장에 전달합니다.

이후 공장과 수출 관련 회의를 진행한 뒤 다른 판매 사이트나 백화점에 입점하기 위한 제안서를 작성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입니다. "저녁 식사는 가볍게 도시락으로 해결해요."

소민경 포모드 대표가 가방 제작을 위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소민경 포모드 대표가 가방 제작을 위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가방 제작을 위한 공장 계약, 소재 선정 작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 대표는 가방 제작을 맡길 공장을 고르기 위해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공장 7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공장 규모와 공장에서 나오는 견본들의 질을 파악하려면 직접 다녀봐야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장 대표와 원활한 소통이죠. 공장을 선정하면 바꾸기 힘들어요. 그래서 불량품이 나왔을 때 공장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했죠."

H는 포모드와 협업할 업체를 조사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보온보냉기능보다 밀폐 정도와 디자인을 더 강조하는 도시락 용기 업체, 아침에 배달 받고 바로 가방에 넣어 출근할 수 있도록 정기 아침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락 업체, 채식의 인기를 고려해 채식 냉동 도시락을 만드는 업체를 각각 세 곳씩 조사했습니다. 이 업체들의 이용자 후기를 살펴서 소비자들이 이 업체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아직 포모드 상표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 협업할 업체의 인지도가 중요해요. 신뢰할 만한 기업인지 봐야죠."

원래 소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습니다. 1년간 미국 뉴욕 EF아카데미에 어학연수 갔을 때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창업의 꿈을 키웠죠. "처음에는 요식업이나 필라테스 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이왕이면 남이 하지 않는 사업을 하고 싶었죠."

이후 공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던 중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간식으로 먹으려고 고구마, 삶은 계란, 요거트를 갖고 다녔는데 가방에 넣으면 다른 물건들과 뒤섞여 뭉개 지거나 물기가 생겨 곤란했습니다. "쇼핑백에 따로 넣어도 쉽게 찢어지고 가방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 불만이었어요. 매번 쇼핑백을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주변을 돌아보니 식단 관리를 위해 도시락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혼자 밥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싸는 사람이 늘었죠.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그렇게 찾아다니던 차별성 있는 사업 아이템, 즉 보온보냉 가방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행히 제품이 인기를 끌어 판매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더불어 소 대표도 바빠졌지만 당분간 1인 체제를 계속 유지할 계획입니다. "포모드가 더 많이 알려져 본격적으로 해외 수출을 하면 그때 수출 관련 경력직을 고용하려고 해요. 디자인 담당 직원도 채용할 생각입니다."

바쁘고 힘든 만큼 1인 창업을 후회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소 대표의 생각은 단호했습니다. "포모드를 운영하다 보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요. 다른 곳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고, 그것이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만족하죠. 불편함을 적극 바꾸려는 사람들이 창업하면 성공하더라구요. 또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열정도 필요해요."

박세인 인턴기자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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