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를 겨냥한 “극히 비상식적인 행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 등 대통령의 직접 발언이 공개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어서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는 ‘당원으로서의 권리’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전대에 혼동을 준다면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당대표를 뽑는 선거에 대통령이 개입하는 모양새로 공정성과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윤 대통령의 ‘전대 개입’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대 개입, 당무 개입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월 300만 원을 내는 당원이다. 국회의원은 한 달에 30만 원을 낸다"며 "당원으로서 대통령이 할 말이 없겠느냐"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우리 당의 최고 당원이고 1호 당원”이라며 “당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절 얘기하면 안 된다는 프레임이 어디에 있나. 비상식적인 얘기”라고 대통령실 입장을 거들었다.
하지만 '당에 대한 정당한 권한 행사를 당무 개입으로 모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맞는다 해도 대통령이 당 행사와 관련해 구체적 언급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한 명의 당원이 아니라 국가 수반이자 행정부의 대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떤 입김이 들어가는 것으로 비친다”며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듯, 정당의 민주주의도 중요한데 그러려면 당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여러 번 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 ‘윤심(尹心)’ 논란이 일자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어떤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회견),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지난해 9월 2일 도어스테핑)고 반박했던 것이 윤 대통령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안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윤심'을 거론할 때는 침묵한 것과 대비돼서다. 대통령실은 또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김기현 의원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의 발언에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다른 후보들이 관저 식사를 했다거나 윤심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발언은 허용되고 안 의원의 ‘연대’ 발언에는 격노하면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특히 신 변호사의 ‘대통령 탈당’ 발언이 더 문제일 수 있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대통령이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는 인상은 향후 전대 이후에도 내내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대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와 정당 민주화 퇴색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최근의 모습은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당의 자율성이나 정당 민주주의에 분명히 위배되는 행태로 보일 수 있다”며 “여권 내에서 권력에 대한 건강한 견제와 비판이 사라질 것이란 인식이 팽배해지면 (다음 총선에서) 중도층이 돌아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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