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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선 전 평가원장 "협약형 공립고, 교육 생태계 망치는 극약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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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선 전 평가원장 "협약형 공립고, 교육 생태계 망치는 극약처방"

입력
2023.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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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단체가 제시할 목표 성적·입시결과 불보듯"
"교육자유특구, 지역·계층 간 불균형 심화시킬 것"
미국서도 "공교육 개혁 시도가 외려 존속 위협" 반성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가 지난달 31일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연구실에서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부천=김영원 인턴기자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가 지난달 31일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연구실에서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부천=김영원 인턴기자

"처음엔 학력 향상, 공교육 개혁이라는 선의로 만들어지겠죠. 하지만 민간 기업이 학교 운영권을 갖게 되면 이윤을 따지게 되고, 운영권을 유지하려면 학부모들이 중시하는 입시에 매몰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가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정책 중 하나인 '협약형 공립고'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협약형 공립고는 미국의 차터 스쿨(charter school)을 모델로 삼고 있는데, 성 교수는 "미국에서도 부작용이 증명된 정책을 굳이 도입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협약형 공립고 목표는 성적·입시에 치우칠 수밖에 없어"

지난달 31일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 연구실에서 만난 성기선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명문고 육성 정책에 대해 "교육 생태계를 망칠 게 뻔한 극약 처방"이라고 진단했다.

교육부는 지역 교육 개혁을 위해 지역 명문고 육성 정책을 내놨다. 그중 하나가 협약형 공립고다.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내년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인 이 모델은, 정부와 협약을 맺은 기업·비영리단체 등 민간이 정부 예산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과정, 교원 선발 등에 자율권을 갖는 게 골자다.

그는 "민간단체는 정부와 협약을 맺을 때 이를테면 사업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협약이 종료되는 일종의 계약을 맺게 된다"며 "이때 제시하는 목표는 기초학력, 성적, 입시결과 등 계량적인 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약형 공립고가 태생적으로 입시 위주의 과도한 경쟁을 일으킬 게 뻔하다는 얘기다.

성기선 교수는 "정치·경제 논리를 따른 교육개혁은 교사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교육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부천=김영원 인턴기자

성기선 교수는 "정치·경제 논리를 따른 교육개혁은 교사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교육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부천=김영원 인턴기자


차터 스쿨 본고장 미국서도 비판 "교육 아닌 점수 올리는 훈련받는 곳"

성 교수는 협약형 공립고의 모델이 된 차터 스쿨이 이미 미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성공하지 못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1990년대 초 미국 연방 교육부 차관을 지내며 차터 스쿨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이끌었던 다이앤 래비치는 2010년 발간한 책 '미국의 공교육 개혁, 그 빛과 그림자'에서 "공교육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공교육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성한 바 있다. 차터 스쿨 교사들은 학생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그로 인해 학생들은 '교육'이 아닌 좋은 성적을 내는 '훈련'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또 지역의 우수 학생들이 차터 스쿨에 몰리면서 다른 공립학교들이 '좀비 학교'로 전락하는 문제점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교육의 민영화는 학교를 법도 원칙도 없는 학원으로 전락시켜 공교육을 파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짜 교육 개혁은 교사가 앞장설 수 있어야"

그는 협약형 공립고와 함께 지역 교육 혁신 방안으로 제시된 교육자유특구 역시 교육 불평등을 부추길 것이라 우려했다. 지방자치단체와 학교가 협력해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교육자유특구에선 학교가 학생 선발권도 갖게 된다. 성 교수는 "특구로 지정된 곳 외에는 혜택을 누릴 수 없어 지방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고, 계층적으로도 특구 내 명문고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은 당연히 경제적 상위 계층이므로 교육 불평등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누구나 질 좋은 공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교육 개혁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얘기다.

성 교수는 교육개혁이 학교가 아닌 교사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위에서 내려오는 방식의 개혁은 교사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며 "진짜 교육 개혁은 교사가 흔쾌히 앞장설 수 있는 정책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부천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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