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로 개편
번호판 사용료 받는 지입 회사 '감차'
정부 곧 개정안 제출… 야당 호응 관건

원희룡(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의 빌미가 된 '화물차 안전운임제' 폐지를 공식화했다. 운송영업 없이 번호판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이른바 '지입전문업체'도 시장에서 퇴출한다. 지입 계약 과정에서 화물차 기사에게 번호판 사용료를 걷는 식의 부당행위를 하면 가장 수위가 센 행정처분을 내려 시장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폐지 수순

그래픽=뉴시스
국토교통부는 6일 당정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9일 화물연대 총파업이 끝난 지 두 달여 만이다.
지난해 12월 말 일몰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폐지한다. 안전운임제는 ①화주(발주회사)→운송사 ②운송사→화물기사로 이어지는 운임체계를 모두 강제해 이를 지키지 않은 화주와 운송회사에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제도다. 시멘트, 레미콘기사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기사의 과로, 과속을 막는다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가 도입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는 시장 구조의 본질적 개선 없이 운임만 강제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운송시장의 소비자인 화주를 규제해 결국 화주↔운송사↔차주 간 첨예한 갈등만 유발했다는 것이다.
대신 '표준운임제'를 도입한다. 화주↔운송사 간 운임은 정부가 제안한 표준운임에 따라 '자율'로 정하게 하되, 운송사가 화물차기사에게 지급하는 운임만 기존대로 표준운임을 정해 '강제'하는 식이다. 시멘트와 컨테이너에 한해 적용하고 2025년까지 3년 일몰로 한시 시행한다. 다만 기사 소득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 강제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처벌 수위도 내린다. 운송사가 기사에게 줘야 할 강제운임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시정명령 후 단계적으로 과태료 수위(100만→200만 원)를 높인다. 화주는 운송사를 끼지 않고 기사와 직접 계약을 맺을 때만 강제운임 규정이 적용된다.
표준운임을 정하는 방식도 바꾼다. 지금은 화물연대 조합비, 휴대폰 요금, 세차비 등이 원가 항목에 포함돼 있는데, 앞으로는 납세액, 유가보조금 같은 공적 자료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원가를 매긴다는 것이다. 유가와 운임을 연동한 표준계약서도 도입한다. 고유가 시기에도 화물기사가 안정적으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규정 어긴 지입 회사는 감차 행정처분
이날 대책에는 지입전문회사를 퇴출하기 위한 방안도 대거 담겼다. 운송 기능은 수행하지 않고 지입료(중개수수료)만 챙기는 지입 제도는 화물차 운송시장의 뿌리 깊은 악습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그간 지입전문회사들은 화물차 운송면허 신규 발급이 제한되는 덕분에 화물차 기사들에게 번호판만 빌려주고 사용료를 챙기는 영업이 가능했다. 사실상 현대판 봉이 김선달식 영업인 셈이다. 문제는 이를 내세운 부당행위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지입 계약이 끝난 뒤 각종 비용 등을 거론하며 기사가 낸 1,000만~2,000만 원 수준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
앞으로는 번호판 사용료를 비롯해 운송사가 기사에게 각종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이런 행위를 '계약 무효 대상'으로 못 박고, 이를 어긴 운송회사엔 '감차'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영업 가능 화물차 대수를 직접 줄이는 감차는 업계에서 수위가 가장 센 처분으로 통한다.
또 운송사로부터 일감을 받지 못한 화물기사에겐 아예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줄 예정이다. 운송사가 운송 물량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실적이 미미한 '무늬만 운송사'도 솎아내 감차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대신 운송회사가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직영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공급 규제를 개선하고, 직영 차량에 대해 신규 증차를 허용하는 등 여러 인센티브(보상)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곧 이런 내용을 반영해 '화물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거대야당이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담은 거라 국회 설득 작업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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