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서 혼자 살던 딸에 불만 갖고 살해
이라크서 항의 시위 "사법 개혁 필요"
이라크 국적의 여성 유튜버를 가족을 떠나 혼자 살았다는 이유로 살해한 아버지가 이라크의 분노를 깨웠다. 수십 명의 시위대와 활동가가 '명예살인'에 항의하려 거리로 나섰다. 명예살인은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아버지나 오빠 등 남성 가족이 여성을 죽이는 악습이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라크 남부 디와니야에서 일어난 비속 살인으로 이라크에서 이른바 명예살인을 강하게 처벌하라는 요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22세의 이라크 여성 티바 알-알리는 지난달 아버지에게 살해됐다. 2017년 여행을 떠났던 튀르키예에 홀로 정착한 그는 일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왔다. 그에게는 영상에 등장하는 시리아 출신 약혼자도 있었다.
알리가 국제 축구 대회 관람을 위해 이라크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그를 본가로 데려갔다. 딸이 타국에서 혼자 사는 것에 불만을 품었던 아버지는 말다툼 후 잠들어 있던 알리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의 아버지는 경찰에 "수치스러움을 씻어내려 딸을 죽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지역 경찰이 알리 아버지의 범죄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있다.
알리의 소식이 알려지자 해외뿐 아니라 이라크 국내에서도 비판이 불거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여성 살해 범죄에는 명예가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사법개혁을 요구했다. AP통신은 이라크 형법이 남편이 아내에게 구타를 포함한 '훈육'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또 간통을 저지른 아내나 여성 가족 구성원을 죽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의 감형이 가능하다.
이날 사건이 일어난 디와나야에서 시위에 나선 이스라 알 알만은 "여성을 죽이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그가 품위를 손상했다고 주장하면 될 것"이라면서 "알리의 아버지는 사형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시위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도 열렸다. 시민단체 이라크여성자유기구(WEO) 활동가 로사 알 하미드는 "2019년부터 이라크 의회에서 계류 중인 가정폭력방지법 초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