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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법' 시행 눈앞...새 게임들이 "확률형 없다" 선언하고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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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법' 시행 눈앞...새 게임들이 "확률형 없다" 선언하고 나선 까닭은

입력
2023.0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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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담은 게임법 개정안 문체위 통과
게임사, 거부감 심한 게이머 향해 '확정형' 아이템으로 손짓

2021년 3월 게임 이용자들이 국회 앞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트럭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2021년 3월 게임 이용자들이 국회 앞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트럭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3년 동안 이어져 온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입법이 눈앞에 다가왔다. 게임 이용자들이 '트럭 시위'를 벌이면서 여론의 관심을 모았던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했고 여야가 합의한 사안인 만큼 통과와 시행이 유력하지만 업계와 게이머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회 문체위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등을 규정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이달 16일 법제사법위원회도 통과해, 본회의만 거치면 법률이 된다.

개정안은 게임사에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게임과 홈페이지, 광고 등에 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의 개념을 유료 아이템과 유료·무료 결합 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 즉 확률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안은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말 대표 발의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같은 해 2월에 내놓은 정부 입법안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3년이 걸렸다.

법안의 통과가 미뤄졌던 이유는 정부와 게임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21년부터 게임 이용자 사이 여론이 빠르게 지지 쪽으로 기울면서 업계와 국회가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게이머들은 국내 게임사를 겨냥해 확률 조작 의혹을 주장하며 트럭 시위를 했다. 여기엔 ①게임 운영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②확률형 아이템 위주인 한국형 게임의 영업모델이 너무 많은 돈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불만도 컸다.



"규제 실효성 있나" 반론도

액티비전블리자드가 넷이즈와 공동 개발해 지난해 출시한 '디아블로 이모탈'의 유료 과금 요소는 사실상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블리자드는 올해 6월 발매 예정인 신작 '디아블로 4'는 "랜덤박스(확률형 아이템)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디아블로 이모탈 게임 화면 캡처

액티비전블리자드가 넷이즈와 공동 개발해 지난해 출시한 '디아블로 이모탈'의 유료 과금 요소는 사실상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블리자드는 올해 6월 발매 예정인 신작 '디아블로 4'는 "랜덤박스(확률형 아이템)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디아블로 이모탈 게임 화면 캡처

문체위와 법사위를 넘은 게임법 개정안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이전에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입법을 계속 추진한 만큼 남은 과정도 긍정적 전망이 많다.

다만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는 목소리도 여전히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한국게임정책학회가 연 토론회에서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는 국내 게임사의 경우 기존 자율규제 체계 안에서 충분히 해소되고 있다"며 "해외 게임사는 직접규제 대상이 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엽 순천향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현재 법안이 정보공개 규정에 그치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명확할수록 그 모델을 우회하는 것도 쉬워진다"면서 "입법규제는 너무 느리고, 게임물관리위원회 내규를 수정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게임법 개정안을 지지해 온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 자체로는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면서도 "공개된 확률 정보가 이용자의 문제 제기로 논란이 될 경우 게임사는 입증 책임을 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 모델을 점차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내 게임사들, '탈(脫)확률형 아이템' 시도

조재윤 넥슨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디렉터가 지난달 5일 '디어 카트라이더' 유튜브 방송 도중 확률형 아이템 도입을 배제하는 등 '3노' 원칙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 캡처

조재윤 넥슨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디렉터가 지난달 5일 '디어 카트라이더' 유튜브 방송 도중 확률형 아이템 도입을 배제하는 등 '3노' 원칙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 캡처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영업모델을 아예 택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게임법 개정 문제도 있지만 게이머 사이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지나친 과금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아예 "확률형 아이템이 없다"고 선언하는 사례도 나왔다.

①넥슨은 올 초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출시를 앞두고 "페이 투 윈(P2W·높은 능력치 구매 가능)과 캡슐형 아이템, 업그레이드나 강화 등에 확률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3노(NO)' 선언을 했다. 해외에서 성과를 거둔 후 올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②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X', ③라인게임즈가 일본의 코에이 테크모와 함께 만든 '대항해시대 오리진' 등도 확률형 아이템을 뺐다.

이들 게임은 대신 확정형 유료 아이템을 팔고 있다.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되 실제 구매하는 아이템에서 알 수 없는 확률형 획득은 없애고 성능 또는 난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겉모습 같은 치장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이다. 혹시 이들이 영향을 주더라도 시간을 들이면 아이템을 사지 않아도 획득할 수 있다.

이정엽 교수는 "더 이상 확률형 아이템은 지배적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라면서 "게임 이용자 정체성의 변화에 따라 확정형 모델로 아이템을 결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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