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지 두바이서 지병 치료받다 숨져
2000년대 파키스탄 군부 독재를 이끌었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79세.
영국 BBC방송 등은 파키스탄 군 당국의 성명을 인용해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지병 치료를 받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의 가족은 지난해 6월 무샤라프가 희소 질환인 아밀로이드증으로 입원했고,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아밀로이드증은 단백질 응집체인 아밀로이드가 여러 조직이나 장기에 쌓여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군인 출신인 무샤라프는 1999년 쿠데타를 일으켜 2008년까지 파키스탄을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다. 쿠데타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그는 2001년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고, 같은 해 9·11 테러 땐 미국과 협력해 탈레반 진압에 나서 박수를 받았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 이력은 불명예로 끝났다. 집권 연장을 위해 2007년 11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대법관을 해임·억류했고, 야당 총재였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무샤라프는 비상사태 선포 다음 해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이 탄핵을 추진하자 스스로 물러나 망명길에 올랐다.
2013년 정계 복귀를 위해 귀국했지만, 오히려 부토 전 총리 살인 및 반역죄 등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섰다. 재판을 받던 중 척추질환 치료를 이유로 2016년 두바이로 출국한 뒤 줄곧 현지에 머물렀다. 파키스탄 테러방지 특별법원은 2019년 12월 "국가 비상사태 선언 등으로 반역죄를 저질렀다"며 무샤라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다만 고등법원은 이듬해 1월 특별법원 구성 등의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며 이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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