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책 무료로 나눠주다 붙잡혀
뉴스 생방송 도중 자신의 졸업장을 찢어버리며 탈레반의 여성 고등교육 금지 조치에 항의했던 아프가니스탄의 대학교수가 결국 체포됐다.
미국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탈레반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같이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마슈알 대학 설립자이자 카불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이스마일 마슈알 교수는 지난해 12월 아프간 톨로뉴스에 출연해 "오늘부터 이 나라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더는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다"며 자신의 졸업장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는 "누나와 어머니가 공부할 수 없다면 이 나라의 교육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탈레반은 같은 해 3월 중·고등학교의 여성 교육을 막은 데 이어 모든 여학생의 고등 교육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마슈알 교수는 "교육은 모두를 가르치거나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 것"이라며 자신의 대학 강좌를 폐쇄하기도 했다.
인터뷰가 유명해지며 협박이 쏟아졌지만, 그 이후로도 마슈알 교수는 현지 언론을 통해 거의 매일 같이 여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수도 카불 거리에서 무료로 책을 나눠주다가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보문화부에서 미디어를 총괄하는 압둘 하크 하마드 국장은 "언론인들이 거리에 모일 만한 혼란을 일으켜 탈레반 정부에 피해를 주려 한 혐의"라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은 그가 이 과정에서 폭행당했다고 영국 BBC방송에 전하기도 했다.
마슈알 교수는 지난달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하는 일이 위험하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2,000만 아프간 여성들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이라면 아프간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며 "그들이 남자라는 것을 증명하려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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