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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여성 25만 명”… 1년 이내 임신 안 되면 시술 필요

입력
2023.02.06 18: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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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이경욱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경욱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원인은 남녀 모두에게 있을 수 있고, 원인 불명일 때가 15% 정도"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이경욱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원인은 남녀 모두에게 있을 수 있고, 원인 불명일 때가 15% 정도"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해 애가 타는 부부가 늘고 있다. 만혼과 함께 늦은 출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25만2,288명으로 2019년 23만802명, 2020년 22만8,382명 등에서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경욱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난임센터장)를 만났다. 이 교수는 “여성은 배란이 잘 되지 않거나, 난관(卵管)이 막히거나, 자궁강 내 이상 등으로 인해 난임이 되기 쉽고, 남성의 경우 정자 생성에 문제가 있거나, 폐쇄성 무정자증이거나, 정자 운동성이 심하게 떨어졌거나, 정자 형태가 좋지 않거나, 선천성 잠복 고환 등으로 인해 난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임상적으로 난임 기준은.

“부부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면 1년 이내 80~90% 정도가 임신한다. 난임은 1년 이상 피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하는 데도 임신되지 않을 때를 말한다. 35세 이상에서 6개월 이내 임신되지 않아도 난임으로 본다. 난임 원인은 다양하다. 남녀 모두에게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원인 불명일 때가 15% 정도다.”

-임신 가능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빨리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의 경우 혈액 호르몬 검사, 부인과 초음파검사, 자궁 난관 조영술 등을 시행한다. 혈액 호르몬 검사를 통해 난포 성장과 배란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상태를 파악하고 난소 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초음파검사는 난소와 자궁 종양, 질환 유무를 확인하고, 자궁 난관 조영술은 자궁강 상태와 난관 막힘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할 수 있다. 필요하면 자궁경 검사를 시행해 자궁 내막 용종, 점막 하 근종, 자궁 내막 유착이나 자궁 선천성 기형 여부를 진단ㆍ치료할 수 있다.

남성 불임 요인으로 난임이라면 신체검사, 체모, 음낭, 고환, 부고환, 정관 상태를 우선 검사해야 한다. 신체검사 후 정액 검사로 무정자증이나 정자 기능 이상이 있으면 호르몬이나 유전자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

-난임 시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난임 시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인공수정(자궁강 내 정자 주입)과 시험관아기 시술(체외 수정 시술)이다. 인공수정의 경우 정액을 채취한 후 특수 배양액으로 처리해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분리해 수정이 이루어지는 난관에 가까운 위치인 자궁강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인공수정은 자연적으로 한 달에 1개씩 배란되는 난자를 이용하는 자연 배란 주기에서 시술할 수 있고, 경구용 배란 유도제 및 과배란 주사를 사용해 여러 개 난자를 배란한 뒤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과배란 인공수정이 있다. 인공수정은 최소한 한쪽 난관이 정상일 때 시도할 수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난자와 정자를 각각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한 뒤 배아를 자궁 안으로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개의 난포 성장을 촉진하는 배란 유도 주사제를 사용하는 ‘과배란 유도’가 필요하다.

그런 뒤 초음파검사로 난포 성장을 관찰해 성장이 충분하면 정맥 마취 상태에서 질식(窒息) 초음파를 이용해 주사침으로 난자를 채취한다. 난자를 채취하는 날 남편에게서 정자도 채취한다.

채취한 난자는 시험관 내에서 수시간 배양한 뒤 준비된 정자와 수정하고, 수정란을 배양해 세포분열이 잘 이뤄져 배아가 만들어지면 자궁 속에 이식해 착상을 유도한다. 배아가 자궁벽에 착상되면 임신이 되는 것이다.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 시술 선택은 환자 나이, 난임 원인, 난관 상태, 난임을 일으키는 부인과 질환 유무 등을 고려해 진행된다.”

-최근 가임력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결혼 연령과 출산 나이가 늦어지면서 가임력 보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임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난자 질(質)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데, 다양한 의학ㆍ환경적 이유로 임신에 대비해 건강한 난자를 동결 보존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항암 치료 등으로 난소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있거나, 난소 종양 제거 등을 위해 수술해 난소 기능이 크게 저하됐다면 현재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난자를 동결 보존해 임신 가능한 상황에서 동결된 생식세포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이를 ‘가임력 보존’이라고 한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정관 절제 수술, 고환 혹은 특정 골반 수술 예정 및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정소의 생식 능력 저하가 예상되면 정자 동결 보존을 통해 가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착상이 계속 실패하면 착상 전 유전 검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데.

“부모 중 선천적으로 유전 질환이 있거나 유전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 이상이 있다면 ‘착상 전 유전 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ㆍPGT)’를 시행할 수 있다. 이는 여성에게서 난자를 다수 채취한 뒤 정자와 체외에서 수정한 뒤 배양된 배아(8세포기 혹은 포배기)에서 일부 세포를 떼어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염색체의 구조적 이상을 확인해 정상 배아만 선별해 이식하는 시술이다. 특히 염색체 이상이 있는 배아는 착상 능력이 매우 떨어지고 임신돼도 초기에 유산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착상 전 유전 검사로 염색체 이상이 있는 수정란 이식을 피함으로써 착상 실패나 유산을 줄일 수 있다. 즉, 부부도 모르는 다양한 유전적 이상 및 염색체 이상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정상 배아를 선별해 이식하면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반복해도 배아 착상이 잘 되지 않거나 여성의 나이가 많을 때에도 시도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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