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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별 준비하는 집사, 당뇨와 싸우는 17세 묘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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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별 준비하는 집사, 당뇨와 싸우는 17세 묘르신

입력
2023.0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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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고수'를 찾아서

처음 진단받았던 때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무슨 말인지도 몰랐고, 아이는 그때도 열 살이 넘은 노묘라서.. ‘아 이제는 떠날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죠.


반려묘 ‘디마’(17)를 돌보는 보호자 이사랑 씨는 5년 전을 떠올렸습니다. 디마가 진단받은 질병은 당뇨.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호르몬계 질병입니다. 디마를 진단했던 우리동생 김희진 원장은 반려묘가 걸리는 당뇨에 대해 “사실 사람 당뇨의 양상과 큰 차이는 없다”며 “관리만 잘하면 당뇨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사랑 씨가 첫 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 펑펑 울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그때는 당뇨라는 병이 어떤 질병인지도 몰랐고, 그저 큰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이가 들었으니, 이제는 보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당뇨라는 질병에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는 뜻입니다. 김 원장도 “이런 막연한 두려움과 앞으로 돌봐줘야 할 막막함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보호자들도 종종 있다”고 말할 정도죠.

그러나 사랑 씨는 디마의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디마는 여전히 사랑 씨 곁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 씨는 “지금 디마는 멀쩡히 닭가슴살 간식을 받아먹은 뒤 누워 있다”며 안정적인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5년 전, 막막했던 사랑 씨는 어떻게 ‘숙련된 당뇨 환묘 집사’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현재 당뇨와 투병 중인 반려묘 '디마'의 모습. 세 차례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어 현재 편안하게 지내는 중이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현재 당뇨와 투병 중인 반려묘 '디마'의 모습. 세 차례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어 현재 편안하게 지내는 중이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두 번이나 돌봤던 반려동물.. ‘이별’에는 초연한 줄 알았지만

디마는 사랑 씨의 첫 반려동물이 아닙니다. 사랑 씨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이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운 경험이 있었고, 사랑 씨가 자라며 자연스레 하나둘씩 무지개다리 너머로 떠나보내게 됐습니다. 그래서 2011년, 과거 애인의 반려동물이던 디마를 떠맡게 됐던 것을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생명을 돌보는 게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며 “2006년경에 태어나 적잖은 나이에 입양한 만큼 ’아 내가 이 녀석의 마지막도 지켜보게 되겠구나’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세 번째 반려생활은 무난했습니다. 디마는 성격이 드센 편이라 활발하게 잘 지냈다는 게 사랑 씨의 설명입니다. 당시 사랑 씨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는데, 디마는 종종 마당에서 만나는 작은 동물이나 곤충들에게 싸움을 걸곤 했다고 해요. 그렇게 자기표현이 강한 디마를 보며 스트레스나 질병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던 거죠.

디마는 젊은 시기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었다. 건강 문제도 크게 없는 편이라 보호자 사랑 씨는 안심하고 있었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디마는 젊은 시기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었다. 건강 문제도 크게 없는 편이라 보호자 사랑 씨는 안심하고 있었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그러나 나이가 들며 찾아오는 질병은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디마가 12세가 될 무렵인 2018년, 사랑 씨는 이상한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디마가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는 모습이 목격된 겁니다. 그냥 단순히 많이 마시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5분간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물그릇도 한순간에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그전부터 소변 상태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사랑 씨는 “소변이 엉겨 붙은 모래의 크기가 상당히 큰 편이었고, 끈적해진 것이 느껴졌는데, 이게 산처럼 화장실에 쌓여 있었다”고 떠올렸습니다. 디마의 소변량이 늘었다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던 거였죠. 물을 많이 마시는 모습까지 보고 나서야 이상한 걸 느낀 사랑 씨는 급히 우리동생을 찾아갔습니다. 종합검진 결과, 디마의 상태가 당뇨임이 확인됐습니다.

당뇨의 발병 양상이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고양이 당뇨의 관리가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몸에 이상을 느끼면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 약을 조절할 수 있고, 의사의 치료 및 지도를 받으며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다릅니다. 전적으로 사람이 12시간에 한 번씩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고, 고양이의 곁을 지키다 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를 해야 합니다. 즉, 자신의 일상 상당 부분을 반려묘 돌보는 데 쏟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랑 씨 역시 “(디마를 돌보느라) 어딘가 멀리 여행을 떠날 수도 없었다”며 “하우스메이트가 있지만, 그 친구에게 맡기기에는 그의 생활에도 제약이 가는 일이라 쉽게 맡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케어가 쉽지 않다 보니, 조금만 관리가 느슨해도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디마는 당뇨와 싸우며 세 차례 고비를 넘겼습니다.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탈수 증상이 오기도 했고, 저혈당으로 쇼크 증상을 보인 적도 있었습니다. 사랑 씨는 “24시간 운영 동물병원에 디마를 맡기며 퇴직금을 전부 쏟아붓기도 했다”며 세 번째 고비가 왔을 때에는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심경으로 의료진에게 이런 부탁을 했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디마가 세 번째 고비를 맞았을 때의 모습. 다행히 24시간 동물병원에서 잘 회복한 뒤 입원실에서 보호자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지난해 12월, 디마가 세 번째 고비를 맞았을 때의 모습. 다행히 24시간 동물병원에서 잘 회복한 뒤 입원실에서 보호자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가망이 없을 때는 억지로 살리고 싶지 않아요. 다만, 가게 될 때는 말해주세요. 디마 곁에 있어주고 싶어요.

“예고된 이별.. 아프고 외롭지 않게 보내주고 싶어요”

끝이라고 생각하며 반려동물 장례식장까지 알아봤지만, 디마는 기적적으로 또다시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리고 사랑 씨는 여전히 디마를 위해 하루하루를 쏟고 있습니다.

당뇨에 걸린 고양이를 돌봐주려면, 인슐린을 주사하고 피를 한 두 방울 빼 혈당 검사를 해야 합니다. 김 원장은 “요새는 몸에 부착하는 혈당 측정기가 있고 사람 제품을 고양이에게 써도 괜찮지만, 1형 당뇨 환자에게만 지원이 된다”며 “2형 당뇨 환자와 반려동물은 비싼 가격을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며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사들처럼 사랑 씨 역시 고양이의 귀에서 채혈해 혈당을 검사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한 두 방울 빼내는 일이지만, 동물의 몸에서 피를 보는 일이 쉽게 느껴질 리 만무했습니다. 사랑 씨 역시 “처음에는 고양이 귀를 다 헐어버릴 뻔했다”며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었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다음과 같은 ‘꿀팁’을 체득했다고 합니다.

당뇨를 앓는 고양이의 혈당 검사를 위한 채혈은 귀의 혈관을 찔러서 실시한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당뇨를 앓는 고양이의 혈당 검사를 위한 채혈은 귀의 혈관을 찔러서 실시한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① 따뜻한 거즈로 고양이의 귀를 다소 따뜻하게 해 주면,
고양이의 피가 잘 통하게 된다.
(고양이의 귀는 다른 부위에 비해 다소 차가운 편이다)
② 따뜻하게 해준 뒤 피부 보호용 보디 크림을 발라 준 뒤
채혈침을 살짝 찌른다.
③ 혈당 검사에 필요한 만큼 채혈한 뒤, 약 5초간 지혈해 주면 된다.

이렇게 검사한 혈당 수치를 엑셀 파일에 기입해 매번 변화하는 수치를 확인하는 게 당뇨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들의 일상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슐린을 놓을 때에도 디마가 사랑 씨를 의지하듯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는 “처음 당뇨라는 질병을 접한 집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집사들은 어떻게 돌봐주는 지도 알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랑 씨는 세 번째 고비를 넘긴 뒤 반려동물 장례 수습 키트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디마를 떠나보낼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별을 천천히 준비하고 있는 보호자의 마지막 소망은 디마를 외롭지 않게 보내주는 일이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이별을 천천히 준비하고 있는 보호자의 마지막 소망은 디마를 외롭지 않게 보내주는 일이다. 디마 보호자 이사랑 씨 제공


첫 반려견이 20대 초반에 떠났어요. 두 번째 반려견은 30대 초반일 때 떠났고요. 디마가 떠날 때에는 또 다른 제 삶의 지점이 아닐까 싶어요. 그때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고 그게 디마에 대한 예의라고도 생각해요. 디마가 갈 때는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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