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코스 밟은 정통 경제 관료
NH농협지주 회장 민간 경험도
"모피아 회전문 인사" 안팎 비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정됐다. 임 전 위원장은 금융권 '관치' 논란의 핵심에 선 인물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3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임 전 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1일 2차 후보군(쇼트리스트) 4명을 대상으로 1차 면접을, 이날 추가 면접을 진행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쇼트리스트에는 임 전 위원장 외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이 올랐다. 임 전 위원장만 유일한 외부 출신이다.
임추위는 이날 "임 후보자가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서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과감한 조직 혁신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쇄신할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도 더해졌다"고 덧붙였다.
1959년생인 임 전 위원장은 1981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후 금융·경제 정책의 핵심 보직을 연달아 맡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2011년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실장을 지냈다. 2013년 NH농협지주 회장을 맡아 민간 경험도 했다.
2015년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돼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임 전 위원장은 지난달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를 언급하며 "오랫동안 우리금융에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내가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출사표를 던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회장 내정 직후 그는 "주주총회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신뢰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통 경제 관료... 회전문 관치 인사"
그러나 '기재부 출신의 정통 경제 관료'라는 점에서 마지막 관문인 다음 달 24일 주주총회까지 관치 논란이 임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처음부터 "임 전 위원장은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다.
특히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를 두고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우리금융 노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은행장 인사권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던 시절을 비판하던 인물의 후안무치"라고 규탄했다. 노조는 "각고의 노력으로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이뤘는데 '모피아 올드보이'의 보금자리로 추락시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도 임 전 위원장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도했던 인물이,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할 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도전하는 것은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는 입장문을 냈다. 우리은행과 손 회장은 라임자산운용펀드 불완전판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제와 문책 경고를 받았다. 같은 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회전문 관치 인사"라며 반대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