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 노동착취 그린 영화 '다음 소희' 8일 개봉
"시나리오 때부터 좋았던 영화... 더 나은 세상 됐으면"
여전했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단발머리도, 호탕한 웃음소리도, 명확한 답변까지. 2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는 물리법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는 영화 ‘다음 소희’의 개봉(8일)을 앞두고 있다.
‘다음 소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통신사 콜센터로 현장실습 나온 소희(김시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희는 설레며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디나 현실은 가혹하다. 현장실습생임에도 소희는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 현장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성과금도 제대로 못 받는다. 소희는 악몽 같은 현실을 끝내 견디지 못한다. 강력계 형사 유진(배두나)은 소희의 죽음을 수사하고, 성과에 잠식된 학교와 노동현장의 문제와 직면한다. 소희가 겪은 일들과 이를 되짚는 유진의 수사과정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들추며 보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배두나는 “시나리오를 다 읽고 덮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사건사고나 그들을 위해 개선될 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관련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다면 (영화를 통해) 참여하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단순하게 더 나은 세상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정주리 감독과는 ‘도희야’(2015)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도희야’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부문에 초청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정 감독은 배두나를 염두에 두고 ‘다음 소희’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먼저 보여준 배우는 당연하게도 배두나였다. 배두나는 “제게 먼저 연락을 해 준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선 ‘이 분(정 감독) 여전하시구나’ ‘시나리오가 여전히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정 감독님은 약자를 다루는데 있어 아주 담담하고, 그러면서 우리가 이야기해 오지 않았던 구석구석의 면모를 끄집어내는 듯해요. 그런 점이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촬영은 지난해 2월 28일 마쳤다. 배두나는 3월 3일 할리우드 영화 ‘레벨 문’ 촬영을 위해 출국하기 전 “서둘러 편집해 칸영화제에 출품해 보라”고 정 감독에게 권했다. “찍을 때부터 시나리오대로 나올 듯했고, 완성도가 있겠다 싶은 마음”이 작용했다. ‘다음 소희’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배두나는 영화 촬영으로 칸영화제를 찾지 못했으나 정 감독을 통해 관객 반응을 들었다. “좀 과장됐지만 상영이 끝난 후 한 관객이 마스크를 내리는데 물(눈물)이 쏟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젊은이들 반응이 엄청 좋았다는데, 세계적으로 사회초년생들이 겪는 일은 차이가 없어 그런가 봐요.”
1999년 KBS 드라마 ‘학교’로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배두나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선 제 이름으로 불릴 때는 속상하다”고 했다. “오래 연기해 캐릭터가 아닌 배두나로 먼저 보일 수 있다”면서 “그래서 화면 밖에서는 꾹 참으며 사회적 발언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가 목소리를 내면 캐릭터가 묻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배우를 그만 둔 후에나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두나는 대신 “영화로 최대한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브로커’(2022)와 ‘도희야’, 드라마 ‘비밀의 숲’ 등 최근 작품에서 의로운 경찰 연기를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배두나는 “영화에서 하는 이야기가 관객에게 스며든다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영화의 순기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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