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약 624㎏ 적발, 역대 최대 수준
필로폰값 미국의 10배, 국제조직 개입
관세청 '마약과의 전쟁 원년' 선포
# 지난해 11월 인천세관 특송화물 보안검색대에 필리핀에서 보낸 수상한 물건이 포착됐다. 텅 비어 있어야 하는 오토바이 부품 '머플러' 속이 꽉 차 있었다. 세관 요원이 머플러를 뜯어보았더니 필로폰 1.2㎏이 들어있었다. 같은 달 인천세관은 미국에서 넘어온 수입 자전거 틀 속에 감춰진 필로폰 3.6㎏도 발견했다.
이렇게 인천세관이 잡아낸 마약 밀수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관세청이 2일 공개한 '2022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을 보면, 지난해 마약 밀수 적발 건수, 적발 중량은 각각 771건, 624㎏이었다. 초대형 마약 밀수 2건(802㎏)을 적발했던 2021년을 제외하면 적발 중량은 역대 가장 큰 수준이다.
마약 종류별 적발 중량은 필로폰 262㎏(120건), 대마류 93㎏(284건), 거통편 80㎏(104건) 순이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국제우편 361㎏(461건), 특송화물 226㎏(196건)이 가장 흔한 밀수 경로로 이용됐다. 여행자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져오다 걸린 마약은 36㎏(112건)이었다.
한국에 몰래 들여오는 마약이 증가하는 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한국 내 필로폰 g당 거래가격은 450달러로 마약 최대 소비국 중 하나인 미국 44달러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그러다 보니 국제마약 밀수조직이 개입한 1㎏ 이상의 대규모 필로폰 밀수도 2021년 29건에서 지난해 65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이 더 이상 국제마약 카르텔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필로폰 1㎏은 3만3,000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관세청은 올해를 '마약과의 전쟁 원년'으로 삼고 '마약밀수 단속 종합대책'을 이날 함께 발표했다. 최대 밀수 경로인 국제우편을 샅샅이 살펴보기 위해 별도의 국제 우편물 검사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엑스레이(X-ray) 영상 정보와 물품 정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동시구현 X-ray 시스템도 도입한다.
코로나19 완화로 여행자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인천공항 등 휴대품 검사 체계는 '마약 등 불법·위해물품 적발' 중심으로 재편한다. 아울러 마약수사 전담인력을 47명에서 126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원하기로 했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지 8년이 지나, 이제는 마약 소비국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며 "마약 밀반입을 국경 단계에서 원천 차단하기 위해 빈틈없는 차단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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