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검, 사회적 약자에 엄벌 대신 기회
# 기초생활수급자인 8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0월 네 차례 이웃의 승용차에 흠집을 내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치매가 의심됐지만 혼자 사는 탓에 보호자가 없어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했다. 돌봄서비스 등 지원에서도 제외된 상태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관할 주민센터에 동행 진료 지원을 요청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게 한 뒤 그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2일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 권현유)가 소개한 사회적 약자 도움 사례 중 하나다. 법률 조언을 받기 힘든 고령층이나 빈곤층 등 취약계층을 법의 잣대로 무조건 처벌하기보다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도운 것이다.
폐지를 줍다가 억울하게 절도범으로 몰린 노인도 검찰 수사로 누명을 벗었다. 폐지 수거로 생계를 유지하던 60대 여성 B씨는 헬스장 입간판을 지지하는 철판을 훔쳤다는 이유로 지난해 초 입건됐다. “헬스장 전단 등 폐지만 갖고 갔다”고 부인했지만, 경찰은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그가 뭔가를 자전거에 싣고 가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검찰은 해당 물건을 정확히 파악하라며 보강수사를 요청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철판이 아닌 폐지를 담는 자루 형태의 물건으로 밝혀져 사건은 무혐의 종결됐다.
어린 세 자녀를 키우는 40대 가장 C씨도 검찰 도움으로 새출발했다. 그는 음주운전죄로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음주하지 말라’는 보호관찰 특별준수사항을 부과받고도 주취 상태로 적발됐다. 지난해 12월 전자장치부착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송치된 C씨와 면담한 검찰은 그가 알코올 의존성을 극복하지 못해 재범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C씨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취업교육 등을 이수하고, 중독 클리닉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주선했다. 이어 지난달 2차 면담을 통해 착실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해 약식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가 제때 치료나 지원을 받지 못해 범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