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아직 2심 남아... 희생자 명복 빈다"
유족 측 "비상식적 법논리... 참담하고 개탄"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76)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이중민)는 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현정택 전 정책조정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진철 전 인사수석, 김영석 해양수산부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도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이 전 실장 등은 2015년 11월 총리 재가만을 앞둔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을 중단시킨 등의 혐의로 2020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인사혁신처를 통해 임용재가서류를 반려하고, 조사 업무에 필요한 10개 부처 소속 공무원 17명을 고의로 추가 파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특조위 활동기간을 자의적으로 정해 조기 종료하고 파견공무원을 복귀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이 기소한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 등의 지시로 (임용재가)서류가 반려되고 이후 임용 절차가 재개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임명 보류 결정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졌는지 분명히 조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실장 등이 직권남용을 인지하고 고의로 인사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이어 “특조위원장이 보유하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조사 등 업무 권한은 개념 자체도 추상적이고 여러 권한의 총체에 불과하다”면서 “이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보호할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 논의를 중단한 것 역시 활동 기간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단정할 수 없어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실장 측은 선고 직후 취재진에 “아직 2심이 남아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고 유족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 4ㆍ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또 한번 사법ㆍ사회정의가 없다는 것을 느낀 참담하고 개탄스러운 시간이었다”면서 “범죄자들이 상식적인 처벌을 받는 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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