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대학 살리기 위한 '라이즈 사업' 시범
대학 재정·행정 권한 넘기며 '지역 혁신' 촉발
사업별로 쪼개졌던 2조 원, 지역이 쓸 수 있게
국립→시립 전환 등 고강도 쇄신하려는 대학은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5년간 1000억 지원
지자체 역량·재정 따른 격차 발생 우려도
1,026개 사업, 총 15조 원.
중앙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 개수와 연간 지원금이다. 적지 않은 규모인데도 인구 감소·지역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방 대학의 상황은 계속 악화했다. 정부가 부처별로 세세하게 사업 목적·기준을 정해 돈을 주니, 대학은 이를 따내기 위한 '서류 작업'에만 골몰하게 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대학 재정 지원, 사업·부처별 칸막이 없애고 지역에 통째로
교육부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틀을 바꾸겠다고 보고했다. 지자체에 대학 관련 권한을 위임하고, 부처·사업별로 쪼갰던 재정 지원 방식을 칸막이를 없애면서 통째로 묶어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과 대학이 함께 위기를 극복한다는 의미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ISE)'라는 이름을 붙였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전국에 이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는 비수도권에 5개 안팎의 시범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또 지역 발전을 선도할 세계적 수준의 특화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글로컬 대학' 30곳을 선정, 학교당 5년간 1,000억 원의 파격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우선 교육부 내에서 쪼개진 재정지원사업이 라이즈 사업으로 통합된다. 산학협력, 평생·직업교육, 지방대 활성화 등 교육부 차원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2025년부터 라이즈 사업으로 통합해, 지자체와 대학이 위기 극복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했다.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등의 사업을 제외하면, 2025년에는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 이상을 지역이 주도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규모는 최소 2조 원으로 예상된다.
다른 부처의 대학 지원 사업도 라이즈 사업으로 통합하는 게 교육부의 목표다. 교육부는 약 5조 원에 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다른 부처의 특수목적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도 라이즈 사업으로 전환하도록 협의할 방침이다.
구체적 사업 계획은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설계하고, 교육부는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선 각 시·도에 대학 지원 전담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 지자체와 대학, 지역 산업계가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협의회'에서 지역 대학 정책을 심의해야 한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법령 정비를 통해 행정권한 이양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국립대→시립대 전환처럼, 자기희생하는 대학에 1,000억 지원
교육부는 구조 개혁을 하려는 대학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육성 사업도 새로 실시한다. 라이즈 사업이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라면, 글로컬 대학은 대학이 직접 지역 발전 전략을 세워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이다. 학교당 5년간 1,000억 원의 거액이 지원되지만, '대학 스스로의 희생이 따르는 쇄신'이란 조건이 붙는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비수도권에 30개 안팎의 글로컬 대학을 지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대규모 구조개혁 및 정원조정 △교육과정 및 연구개발 전면 개편 △평가 방식 개선 등 과감한 교원인사 개혁 △대학 간 통합(4년제, 전문대, 사이버대 통합 등) 및 학문 간 융합 등을 실시한 대학을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예를 들어 국립대학이 시립화·도립화를 한다거나, 정부 출연 연구원과 통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과감한 자기희생, 구조개혁, 거기에 상응한 정부의 파격적 지원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별 격차, 중소 대학 소외 등 우려
다만 대학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 정책을 담당해 본 적 없는 지자체가 사업을 잘 설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지자체의 역량과 재정 여건 차이에 따라 지역 간 격차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다. 전날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이 모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도 "지방대학에는 향후 2년이 골든타임이 될 수도 있는데, 관리하는 주체가 과도기에 불분명해질 수 있다"(김승우 순천향대 총장)는 우려가 나왔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중앙정부 사업 따내려고 문서 작업하던 것에서 지자체 낙점받으려고 단체장실 두드리는 상황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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