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당원 투표' 벽에 막힌 유승민 "인내하며 때 기다리겠다"
"폭정 막고, 민주공화정 지키겠다" '반윤' 기치...독자세력화 전망도
김기현 측 "'반윤' 후보 불출마로 친윤 지지층 재결집 계기 될 것"
안철수 측 "나경원 때처럼, 劉 지지층 안 의원 쪽으로 돌아설 것"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되던 유승민 전 의원이 31일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3ㆍ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100% 당원 투표’로 바뀐 전대 룰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 유 전 의원이 불출마의 변을 통해 사실상 ‘반윤(반윤석열)’ 기치를 분명히 한 것이 전대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강 구도가 굳어지면서 김기현ㆍ안철수 의원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유승민 "전대 출마, 아무 의미 없다는 결론"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며 전대 불출마 뜻을 밝혔다. 친윤계 주도로 전대 룰이 ‘당원 투표 30%, 여론조사 30%’에서 ‘당원 투표 100%’로 바뀌고, 당권 도전을 모색하던 나경원 전 의원을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사실상 주저앉히는 등 ‘윤심’ 전대로 흐르는 상황에서 전대 출마에 따른 정치적 실리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앞선 11일 ‘대구ㆍ경북 언론인 모임’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당대표가 되면 ‘윤심팔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게 절대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개 행보를 멈췄다. 그러면서 측근 인사들에게 의견을 구하며 전대 출마 여부를 숙고해 왔다. 측근 인사들은 대체로 출마를 만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나경원 사태를 계기로 유 전 의원이 전대에 나설 정치적 동력을 크게 상실한 측면이 있다”며 “전대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친윤계가 흔들기에 나설 것이 뻔한데 지금 나설 이유가 없다”고 기류를 전했다.
유 전 의원은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고 ‘반윤’ 기치를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독자세력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기현 측 "친윤 재결집 계기" vs 안철수 측 "나경원 때처럼 우리가 흡수"
유 전 의원의 불출마가 국민의힘 전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유 전 의원 지지층이 친윤계 단일주자인 김 의원보다 안 의원에게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유 전 의원이 ‘반윤’을 다시 한번 앞세운 만큼 친윤계 지지층 결집으로 김 의원이 득을 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김 의원 캠프 핵심 관계자는 “(유 전 의원 불출마가) 1차 투표에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측면이 있다”면서도 “‘반윤’을 자처한 유력 후보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친윤계가 다시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안 의원 캠프 핵심 관계자는 “나 전 의원 불출마 때와 마찬가지로 유 전 의원 지지층이 안 의원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나 전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세계일보ㆍ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결선투표 가상대결에서 안 의원 지지율은 60.5%로 김 의원(37.1%)을 크게 앞섰다. 특히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긍정적 답변을 한 응답자 중에서도 안 의원 지지율이 54.1%로 김 의원(44.0%)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는 나 전 의원이 전대 불출마 선언을 한 직후 이틀(26, 27일)간 진행됐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유리해진 건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지지층 여론과 당원 표심이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특히 영남 편중의 당원 구성 등을 고려하면 지지층 여론조사와 당원 표심의 간극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가상 양자대결에서 인지도가 높은 안 의원을 상대로 김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金 '반도체 산업육성' vs 安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상대 강점 지우기
한편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이날 내년 총선 격전지가 될 수도권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행보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특히 반도체 산업 육성 관련 이슈를 띄우며 안 의원이 강점이 있는 과학기술 분야 이슈 잠식에 나섰다. 안 의원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뒤에서 일만 했다"며 김 의원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윤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자신도 못지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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