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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줄무늬 벗고 파란 유니폼…이병규 코치의 '다이내믹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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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줄무늬 벗고 파란 유니폼…이병규 코치의 '다이내믹 스토브리그'

입력
2023.02.02 07: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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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키나와, 6일 휴식 강행군에도
"기회 준 질롱, 기다려준 삼성, 응원해준 LG 모두 감사"
박진만 감독 야구 궁금 “돕고 배울 것”

이병규(왼쪽) 삼성 수석코치가 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시작된 전지훈련 첫 날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삼성 제공

이병규(왼쪽) 삼성 수석코치가 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시작된 전지훈련 첫 날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삼성 제공


FA 이적 선수보다 더 핫한 스토브리그를 보내는 이가 있다. 지난해 LG 퓨처스 타격코치로 시즌을 마치자마자 호주로 날아가 질롱코리아를 지휘한 그는 단 6일간 국내에 머무른 뒤 다시 지난 30일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이제부턴 삼성 수석코치다. 3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3개의 유니폼에 각기 다른 보직으로 3개국을 오가는 드라마틱한 겨울이다.

출국 전 이병규 코치는 “보통 한 달 이상은 쉬던 시기인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허허 웃었다. 몸은 힘들어도 23년 LG 울타리에서 벗어나 도전의 연속이 싫지 않은 투였다.

이 코치는 1일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시작된 전지훈련에서 박진만 감독과 첫 호흡을 맞췄다. 전날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고 이날 첫 훈련을 마친 이 코치는 "코치, 선수들 모두 반겨줘서 감사하다. 빨리 적응하고 선수들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코치의 겨울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질롱코리아 사령탑 세팅을 끝낸 뒤 대행 꼬리표를 뗀 박진만 감독에게서 수석코치 제의가 왔다. 잠시나마 첫 감독 데뷔를 앞둔 기대와 책임감 뒤로 새 팀의 마무리훈련에 동참할 수 없는 미안함, LG를 떠났다는 허함 등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품고 호주로 떠난 셈이다.

이 코치는 “막상 호주에 도착해서 간절한 선수들을 보니 야구에만 몰두하게 됐다”면서 “미완성의 야구를 채워 나갈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돌아봤다. 이 코치가 이끈 질롱코리아는 구단 역대 최고 성적(13승 27패ㆍ0.325)을 냈다. 그는 “중계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승리에만 집착했으면 좀더 이겼을 수도 있었을 텐데 타순, 기용 등을 다양하게 실험해 보면서 선수들이 자리를 찾게 해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을 선수들이 부디 KBO리그에서 부활, 도약하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응원했다.

호주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리그 그 자체였다. 이 코치는 “상대하는 모든 선수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경기를 하다 보면 그냥 똑 같은 선수로 느껴진다. 외국인에 대한 낯섦을 완전히 지운 선수들에겐 KBO리그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몸 관리에 공을 들인 조대현(NC), 김재민(한화) 두 명의 컨디셔닝 코치들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이 코치는 “새 시즌을 앞두고 가장 조심한 게 부상이었는데 두 코치들 덕분에 건강하게 완주했다”고 말했다.

이병규(맨 오른쪽) 질롱코리아 감독과 선수들. 질롱코리아 제공

이병규(맨 오른쪽) 질롱코리아 감독과 선수들. 질롱코리아 제공


질롱코리아에서의 감독 경험은 ‘관리자급’ 지도자로서의 행보에도 자산이 됐다. 이 코치는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아 해 보면서 선수들의 마음도 볼 수 있었고 시야가 넓어졌다. 삼성에서도 선수단 전체를 보는 역할에 충실하면서 감독님과 선수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영구결번 레전드인 이 코치가 LG를 떠나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1997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일본프로야구 3년(2006~2008년)과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은 적은 있어도 국내 타 팀 유니폼은 입지 않았다. 강제 리빌딩의 희생양이 됐던 현역 말년에도 선수 생활을 연장할 기회가 있었지만 “LG를 떠날 수 없다”면서 은퇴를 결심했던 그였다.

고민 끝에 ‘원클럽 레전드’라는 훈장을 버리기로 한 이 코치는 “기회가 왔을 때 새로운 도전,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면서 “23년간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LG 구단도, 팬들도 모두가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이 2000년대 ‘왕조’로 올라선 시작은 모두가 기억하는 2002년 한국시리즈, 이 코치가 LG의 간판타자로 뛰던 때다. 이 코치는 “강한데 우승과 인연이 없는 팀이라 생각했다”면서 “그때 LG를 꺾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8번 우승하지 않았나. 전력이 약화됐다고는 하나 전통과 팀 분위기는 남아 있을 것이다. 감독님과 삼성 야구가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하고 배울 건 배우면서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다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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