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덴버그 리서치, 아다니 그룹 겨냥
"정경유착 중심, 회계 부정 일삼아"
2020년엔 니콜라 '사기 의혹' 폭로
'의적 행세' 비난, '부실 저격수' 옹호도
이번엔 인도 재벌 기업 아다니 그룹의 '부패'를 정면으로 겨눴다. 월가의 '공매도 저승사자'로 군림하는 힌덴버그 리서치 얘기다. 2년 전 미국 수소 전기차 업체 니콜라의 사기 의혹을 폭로해 주가를 초토화 시키더니, 최근엔 아시아 최고 부호인 아다니 그룹 회장을 조준한 공매도 보고서로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었다.
힌덴버그 공매도 직격탄, 아다니 시총 83조 날려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인 힌덴버그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고 있다. 보고서 제목도 살벌하다. '아다니 그룹: 세계 3위 부호는 어떻게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을 벌이고 있나'.
에너지와 물류, 가스, 광업 등에서 굵직한 자회사를 거느린 인도 대표 기업 아다니가 주가 조작과 분식 회계 등 회계부정을 일삼아 왔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결탁한 아다니 일가가 각종 부정에 가담해 왔다는 게 요지다. 이를 토대로 힌덴버그는 아다니 그룹 기업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를 걸었다고 밝혔다.
보고서 여파에 아다니 그룹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4일 보고서 발표 후 3거래일 간 아다니 그룹에서 증발한 시총은 680억 달러(약 84조 원)에 달한다. 이 기간 인도 전체 시총 하락분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다니 토털 가스와 아다니 그린 에너지는 27일와 30일 이틀 연속 하한가(-20%)를 쳤다. 한때 세계 부자 순위 2위까지 치고 올랐던 가우탐 아다니 그룹 회장의 재산도 844억 달러(약 104조 원)까지 줄면서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니콜라 공매도로 유명세... "투자자 보호 역할"
2017년 출범한 힌덴버그는 2, 3년 전만 해도 월가에서 '무명'에 가까웠다. 데이터 회사 팩트셋 리서치를 거친 네이선 앤더슨이 창립자다. 힌덴버그란 이름은 1937년 화재로 35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일 비행선 힌덴부르크호에서 따왔다. 힌덴버그는 "힌덴부르크 사고가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던 것처럼, 금융시장의 인재를 막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힌덴버그가 본격적인 유명세를 탄건 2020년 9월이었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니콜라에 대한 공매도 보고서가 결정적이었다. 힌덴버그는 "(수소차) 관련 기술조차 없는 사기 기업"이란 직격탄으로 니콜라 주가를 박살냈다. 전기차 산업 기대감에 주당 80달러를 넘보던 니콜라 주가는 보고서 발표 직후 폭락을 거듭하며 20달러를 밑돌았다.
이처럼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는 어떤 기업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하며 주가 하락에 베팅한다. 기업의 부실 의혹을 조사해 공개한 뒤 주가 하락을 유도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돈을 번다.
이들을 두고 시각은 엇갈린다. '의적' 행세를 하며 기업 가치를 지나치게 떨어트린다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감춰진 부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행동주의 공매도 전략이 궁극적으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힌덴버그의 주장 일부가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면서도 "규제 당국의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단 점에서 투자자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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