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신년 간담회
파생상품 개장도 15분 앞당기기로
공매도 전면 재개 필요성엔 말 아껴
한국거래소가 국내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극복에 팔을 걷어붙인다. 불법 공매도를 신속하게 적발하고, 불공정거래자의 시장 접근을 최대 10년간 제한하는 등 공정질서 확립도 약속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20년 이상 묵은 숙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연말 배당 기준일을 정한 다음 이듬해 3월 배당 금액을 확정하는 이른바 ‘깜깜이 배당’ 관행부터 손질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배당 여부와 금액을 알고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선 배당금 결정, 후 주주 확정’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파생상품 개장 시간도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 45분으로 15분 앞당길 예정이다. 일본과 홍콩, 대만 등 해외 거래소들은 이미 주식 개장 전 파생시장 거래를 통해 주식시장 시가 변동성을 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생상품시장의 자체 야간시장 도입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고, 상장법인 영문 공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손 이사장은 덧붙였다.
불공정거래 근절 또한 중요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선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현재 일주일 이상 소요되는 적발 과정을 이틀 이내로 단축하고, 점검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불공정거래 규율을 위반하면 최장 10년간 신규 거래 및 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도 추진된다.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는 가격 발견과 위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하나의 매매 기법이라는 점에서 못 하게 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선 불법 공매도 단속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제도 개선 계획은 향후 당국과 투자자 간 공감대가 모아지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모주의 상장 당일 주가 변동 가능 범위는 현행 63~260%에서 60~400%로 넓히겠다고 했다. 현재는 상장 당일 주가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치솟은 뒤 상한가 달성)’을 기록하면 거래가 사실상 중단돼 균형가격 발견 기능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외 증권형 디지털자산이 상장ㆍ유통될 수 있는 ‘디지털 증권시장’ 개설을 준비 중이다.
손 이사장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짜임새 있는 액션 플랜(행동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시장 참여자와의 상생ㆍ협력을 통해 자본시장의 ‘넥스트 노멀(Next Normal·미래 표준)’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