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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전기 이모작... 주민주도 영농형태양광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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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전기 이모작... 주민주도 영농형태양광 첫발

입력
2023.01.31 18: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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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경기 파주 객현2리의 영농형태양광 단지에서 벼 수확이 한창이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사와 전기생산을 한번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소득증진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지난해 가을 경기 파주 객현2리의 영농형태양광 단지에서 벼 수확이 한창이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사와 전기생산을 한번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가소득증진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영농형태양광 단지가 완성되면 전기와 쌀을 같이 생산하니 일거양득이죠."

강종오(65) 전남 영광군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살고 있는 월평마을에는 빠르면 올해 3월 영농형태양광 설비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전라남도와 녹색에너지연구원의 지원사업에 선정된 뒤 약 1년 만이다.

31일 조합에 따르면, 올해 월평마을의 농지 약 5만㎡에 2.5MW 규모의 영농형태양광 발전소가 조성된다. 영농형태양광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MW급 설비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연간 약 3,294MWh의 전기가 생산된다. 약 1만4,000가구(4인 기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온실가스 감축량은 연 1,458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월평마을 발전소는 도입 결정부터 계획 수립까지 모두 주민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65곳에 영농형태양광 단지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연구기관이나 발전기업이 협력한 시범사업이었다.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 수익으로 소득이 늘고 인구도 유입되길 기대하고 있다. 월평마을의 농지는 대부분 간척지라 염해로 인한 작물 피해가 많았다. 이에 농사를 짓던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하면서 한때 46가구였던 마을 규모는 28가구로 줄었다.

영농형태양광으로 눈을 돌린 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영농형태양광은 설치 이후에도 농사를 병행할 수 있다. 태양광 모듈을 약 4m 높이로 설치해 충분한 공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논밭을 바짝 덮어 작물의 생명력을 빼앗는 기존의 농촌 태양광과는 다르다. 모듈을 지지하는 구조물이 농지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5%에 그친다. 마을에서 큰 갈등 없이 사업이 추진된 이유다.

전남 영광 월평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11월 전남 보성의 영농형태양광 단지를 견학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전남 영광 월평마을 주민들이 지난해 11월 전남 보성의 영농형태양광 단지를 견학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참여 주체들이 수차례 대화하며 소통한 것도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됐던 요인 중 하나다. 주민들은 전라남도와 녹색에너지연구원, 시공사인 승화기술 등과 만나 자금조달 및 안전성 확보, 이익공유 방식 등을 논의했다. 전남 보성 등 다른 지역의 영농형태양광 발전소를 견학하면서 농업 효율을 높일 방법도 고민했다.

주민들은 특히 기존에 해왔던 기계식 농법에 맞춰 발전소를 설계해 줄 것을 시공사에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도 에너지전환포럼과 함께 '한국형 신재생에너지 수용성 향상 및 갈등예방 메커니즘(K-ESTEEM)'을 통해 이 과정을 지원했다.

조합은 법령 미비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가고 있다. 현재 영농형태양광은 관련 법령이 없어 농지법상 일시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농사를 병행하는데도 다른 시설로 간주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 경우 염해농지는 최대 20년(일반농지 8년)까지만 사용이 허용돼 모듈 수명(25년)을 채우지 못한 채 철거하도록 계획해야 한다. 국회에는 이를 보완한 '영농형태양광 발전사업 지원법' 등이 발의돼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서정호 승화기술 이사는 "규정이 없어 행정처리가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마을을 살리는 일인 만큼 좋은 선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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