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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을 키운 건 팔할이 좌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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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을 키운 건 팔할이 좌절이었다

입력
2023.01.30 18: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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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출간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피아니스트 백혜선(58)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출전해 한국 국적 음악가로는 처음(1974년 공동 2위 정명훈은 미국 국적)으로 1위 없는 3위에 입상한 1994년을 잊지 못한다. 윌리엄 카펠(1989년 1위), 리즈(1990년 5위), 퀸 엘리자베스(1991년 4위) 등에서 잇따라 입상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1993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평생 처음으로 1차에서 실격하는 좌절을 맛봤다. 피아노를 포기하고 미국 장거리 전화회사 영업직으로 취업했던 백혜선을 미국 유학 시절 첫 스승인 변화경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가 설득하지 않았다면 그는 음악가로 돌아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백혜선은 최근 출간한 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모든 피아니스트는 좌절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백혜선이 누구인가.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30일 서울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어 "부모님과 선생님을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머니를 포함해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떠나보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책에는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로, 두 자녀를 둔 엄마로 등락을 거듭한 그의 인생 그래프가 담담하게 펼쳐져 있다. 1989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데뷔 독주회를 갖고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입상한 전도유망한 연주자로서의 시기가 인생의 제1기다. 그해 서울대 음대 사상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가 10년 후 연주활동에 집중하려 교수직을 내려놓고 도미, 홀로 두 자녀를 양육하며 클리블랜드 음악원 교수(2013년~2019년),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2018년~현재)로 다시 교단에 서기까지가 제2기다. 앞으로 맞닥뜨릴 시기는 제3기다.

그는 "책이 자서전으로 쓰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과거 회고보다 제3기 활동에 앞선 출사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의미다. 그는 임윤찬, 조성진, 손열음 등 주목받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언급하며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들이 한국 참가자를 경계할 정도로 한국 젊은 음악가들의 재능이 뛰어나고 배우는 속도도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악가로서 내 고민은 젊은 세대와 기능적으로 경쟁하기보다 음악회 관객에게 좋은 책처럼 오래 남는 좋은 상상력과 사색을 남기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아이가 하버드대에 진학해 좌절을 극복한 듯 보일지 모르겠지만 매일이 좌절"이라며 "나이 든 연주자로서 음악적으로 요즘 더 많이 좌절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에세이 출간을 기점으로 국내 연주 활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4월 11일 예술의전당 독주회를 필두로 11월 인천시향과의 협연과 여러 지방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교육자로서도 활동이 활발한 그는 31일부터 내달 4일까지 당 타이손, 릴리야 질버스타인, 안티 시랄라 등 저명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오픈 레슨' 형식의 마스터 클래스 '2023 서울 피아노 아카데미'를 연다. 그는 후배 음악가들에게 "한국에서 외국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에게서 가장 부족해 보이는 부분은 상상력"이라며 "음악은 취향이지 등수를 매기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이콥스키 '사계' 중 1월 '화롯가에서'와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연주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이콥스키 '사계' 중 1월 '화롯가에서'와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연주하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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