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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동맹과 한미동맹

입력
2023.01.31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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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나 던진 화두는 미일동맹의 '현대화'였다. 현대화나 세계화처럼 그럴듯하게 들리는 표현에는 유념해야 할 대목이 있다. 세계화 열풍은 국제질서에 국가 간 불균형 발전이라는 생채기를 남기지 않았던가. 근대화를 앞세운 질주가 국가 주도 개발과정에서 만들어낸 부작용은 또 어떠했나. 미일동맹 '현대화'의 내포는 무엇이며 외연은 어디까지인지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이다.

미일 군사동맹 현대화의 핫스폿은 동중국해이다. 바이든-기시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가고시마현의 무인도 마게시마(馬毛島)에서 군사기지 건설공사가 시작됐다. 마게시마는 4년 전 일본이 미국 항공모함의 함재기 훈련장을 짓기 위해 민간기업으로부터 사들였던 섬이다. 훈련장이 완공되면 요코스카항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에서 발진한 폭격기가 이착륙훈련을 위해 태평양 이오시마(硫黃島)까지 1,200㎞를 날아가지 않아도 된다.

동시에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 12포병연대는 첨단 감시정찰 능력은 물론 대함 미사일 능력까지 갖춘 신속기동군 형태로 재편된다. 중국군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 있는 오키나와 주변에서 군사충돌이 생기면 미군 증원 전력이 올 때까지 인민해방군의 침공을 저지하는 역할을 맡는 해병 연안연대가 탄생하는 것이다. 마게시마의 함재기 훈련장과 해병 연안연대 창설 모두 2025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태평양전쟁에서 미일 양국이 처절하게 맞붙었던 1944년 7월, 미국은 일본이 점령중인 사이판섬을 마침내 장악했다. 당시 미군 3,500명이 목숨값을 치러야 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B-29 폭격기가 도쿄에 폭탄을 투하하고 귀환할 수 있는 작전반경 내에 이착륙 기지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일본은 자국 영토 중 일부를 정부 예산으로 사들여 미군이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이착륙 기지를 제공했다. 태평양이 아니라 중국을 마주 보고 있는 동중국해 인근이다. 미일동맹의 현대화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본격적 패권 경쟁을 앞두고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을 재구성하며 상호 연계를 통해 시너지효과 창출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중국이라는 공통 위협의 등장을 기회로 미일동맹 내에서 자국의 역할 한계를 뛰어넘어 군사강국으로 비상하고자 한다.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두 나라가 8년 만에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면 미일동맹 재편작업은 정점에 이를 것이다.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가 미일동맹 강화 움직임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한미 양국의 글로벌 전략동맹 강화와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는 미일동맹 '현대화'에는,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라는 여집합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2인3각으로 치닫기 시작한 미일동맹의 질주가 한미동맹의 진전 속도를 고려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왔다고 해서 한국에 절호의 찬스를 줄 것이라는 기대는 오판이다. 전력질주를 멈추고 황희찬을 기다려 패스를 찔러준 손흥민은 포르투갈전으로 끝이었다. 한국이 황희찬처럼 달려 손흥민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망상이다. 한미일 안보대화를 통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논의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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