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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헤어질 결심'에도 ①재취업 알선 ②유급 휴직…"아름답게 직원들 떠나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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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헤어질 결심'에도 ①재취업 알선 ②유급 휴직…"아름답게 직원들 떠나보내자"

입력
2023.01.30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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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인건비 줄여야 하는 상황
구조조정하더라도 퇴직자 재취업 지원
임금 절반 주면서 휴직 독려하기도
다시 올 인력난 대비하기 위한 전략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곧 구조조정을 할 계획인데, 우리 직원들 재취업할 회사 어디 없을까요?"

한 스타트업 인사팀 직원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 정보통신(IT) 스타트업은 최근 실적 악화로 직원 일부를 구조조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실력 있는 개발자를 구하는 게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다 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높은 연봉과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어렵게 데려온 이들을 향해 매몰차게 퇴사를 말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혹시 경기가 되살아나면 좋은 개발자를 또 모셔야 하는데 업계 평판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인적자원(HR) 전문기업에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해 퇴직 예정자의 재취업 상담을 돕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인건비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갖가지 당근을 제시하며 개발자 영입 경쟁을 펼쳤던 IT·전자 업계의 상황은 심각하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들은 퇴직자와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고 있다.



해직 직원 맞춤형 취업 자리 알선…업계 평판 지키기

시각물_미국 빅테크 기업의 전직 지원 프로그램 활용 사례

시각물_미국 빅테크 기업의 전직 지원 프로그램 활용 사례


29일 업계에 따르면 HR 전문기업 원티드랩은 지난해 말부터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청 기업의 해직 예정 직원이 빠르게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대상 직원의 경력과 보유 기술 등을 고려해 맞춤형 일자리를 제안한다. 회사에 따르면, 프로그램 시작 한 달 만에 10개 넘는 곳이 참여했고 지원 내용 등을 묻는 기업 인사팀 문의도 꾸준하다.

프로그램을 신청한 한 기업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를 진행해야 하지만 그동안 함께 고생한 직원들이기에 불안감을 최대한 덜어주고자 신청했다"고 말했다.

고용과 해고가 쉬운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회사를 떠나게 된 직원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는 최근 1만1,000명의 대규모 인원을 해고하면서 전문 업체를 통해 석 달 동안 채용 공고 조기 접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게다가 메타는 외국인 직원 대상 비자 관련 조치를 돕고 가족 포함 6개월의 건강보험 비용, 연차 보상금과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최소 16주 이상 주급도 준다.

이들이 해직자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이유는 비록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들어가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언제든지 다시 개발자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직원의 재취업까지 알선하는 모습을 보였던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가 업계에 좋은 평판을 남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회사에 남아있는 직원들이 '혹시 우리도' 하는 불안감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LGD, 2조 원 적자에도 월 50% 고정급 지급 '유급 휴가'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전경. 연합뉴스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전경. 연합뉴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는 비용 감축을 위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대신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부터 3년 동안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 수를 15%가량 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희망퇴직 대신 유급 휴직을 독려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현재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3∼12개월 휴직하면서 고정급의 50%를 받는 자율 휴직을 신청받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도 시행하고 있다.

이 역시 디스플레이 업황이 다시 반등할 것을 대비한 결정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만큼 호황기를 맞았을 때 핵심 인력의 새로운 수급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지난 2년 동안 개발자 확보 전쟁을 경험한 만큼 업무 경력이 있는 개발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전직 지원 프로그램은 개발자들 사이에 일하고 싶은 기업이란 이미지를 지켜가기 위한 목적인 셈"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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