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민 희망비율도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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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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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을 꿈꾸며 콜롬비아 정글을 건너는 아이티 이민자들. 아칸디=AFP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시민들이 이동권에 심각한 지장을 받았지만,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이주 욕구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세계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타국으로의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세계 인구의 16%에 달하는 9억 명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민가고 싶는 나라로 미국이 이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1위를 지켰지만, 선호도는 전보다 줄어들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이런 결과는 2021년 전 세계 122개국의 성인 12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거쳐 나왔다. 이 조사는 2021년 국가별로 산발적으로 이뤄졌으며, 갤럽은 취합한 수치에 대한 종합 분석을 거친 뒤 그 결과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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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정근기자
이번 조사에서 저개발국의 이민 욕구는 최근 10년 내 최고점을 기록했다. '가능할 경우, 영구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전 세계 성인의 16%가 '그렇다'고 답했다. 거의 9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기회만 된다면 고국을 떠나길 원한다는 것이다.
팬데믹 2년 차에 진행된 이민 욕구에 대한 조사는 2018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됐다. 타국으로의 영구 이주를 희망하는 응답률은 2012년 12%, 2014년 13%, 2016년 14%, 2018년 15%에 이어 2021년 16%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갤럽은 "국제 이주 증가율이 2019년 중반~2020년 중반 27%까지 하락한 후 2021년부터 천천히 증가했다는 유엔의 추정과 일치한다"며 "팬데믹은 전 세계인의 이동에 심각한 지장을 줬지만 이주를 원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주에 대한 욕구는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대륙별로 보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에서 무려 37%에 이르는 응답자들이 타국으로의 이주를 원했다. 이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37%)와 중북부 아프리카(27%), 독립국가연합(21%) 지역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과 함께 동남아시아(15%)와 남아시아(11%)도 이주 희망 응답률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 10년 새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유럽연합과 동아시아는 이주에 대한 열망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갤럽은 "프랑스와 독일, 한국과 중국 같은 국가의 상당한 감소로 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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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정근기자
국가별로도 내전과 경제 위기 등을 경험한 아프리카 및 중남미 국가가 이민 희망률 상위국가로 나타났다. 특히 10개 나라에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타국 이주를 희망했다.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은 국민 4명 중 3명(76%)이 이민을 원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경제난에 2020년 베이루트 폭발사고까지 겪은 레바논(63%)과 중미의 온두라스(56%)가 뒤를 이었다.
이민을 원하는 이들이 가장 이주하고 싶어하는 국가는 미국이었다. 잠재적 이민자 5명 중 1명(18%)이 미국을 희망 거주지로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약 1억6,000만 명에 달하는 숫자다. 첫 조사 이래 미국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10년 전(22%)에 비하면 매력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 이주 희망 국가는 캐나다(8%)와 독일(7%)로 집계됐다. 미국과 달리 이들 국가는 10년 전 대비 이주해 오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캐나다는 때맞춰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완화를 위해 2025년까지 150만 명의 이민자를 더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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