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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학교 예산 빼 사립학교 지원"...미국 교육불평등 논란 가열

입력
2023.01.29 17: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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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오와·유타주, '학교 선택권' 옹호 법안 통과
'학교 바우처' 받아 사립학교 등록금 사용 가능해져

미국 캔사스주 사립학교와 홈스쿨링 학생 및 학부모들이 25일 토페카 주의사당 복도에서 '학교 선택권'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토페카=AP 연합뉴스

미국 캔사스주 사립학교와 홈스쿨링 학생 및 학부모들이 25일 토페카 주의사당 복도에서 '학교 선택권'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토페카=AP 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서 학교 교육 방향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공립학교 교육에 대한 불만으로 1990년대부터 제기됐던 ‘학교 선택권’ 주장이 공화당이 주의회를 장악한 주(州)를 중심으로 다시 힘을 받는 상황이다. 공공예산이 △학교 바우처(voucher) △장학금 △교육저축계좌 △세금 공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립학교에 투입되면서, 공립학교에 다니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이오와주 디모인 지역언론 KCRG에 따르면 아이오와 주상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세금을 사립학교 장학금으로 돌리는 법안을 찬성 31표, 반대 18표로 가결시켰다. 앞서 주하원에서도 같은 법안이 54 대 45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사립 인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 세금으로 교육저축계좌를 만들고, 학부모들이 그 돈을 등록금이나 교과서 구입, 과외활동 같은 곳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킴 레이놀즈 주지사는 “소득이나 사는 곳에 관계없이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질 낮은 공립학교 교육을 강제하지 말고 학부모들에게 폭넓은 학교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게 학교 선택권 옹호론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몰리 도나휴 주상원의원은 “사립학교 바우처는 지역 학교에 상처를 주고, 시골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대부분의 아이오와 아이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립학교가 근처에 있는 도시나 교외 지역과 달리 시골은 공립학교 위주여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유타주에서도 주상원이 26일 4,200만 달러(518억 원) 규모의 학교 바우처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역언론 솔트레이크 트리뷴이 보도했다.

바우처 제도는 원래 공립학교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낼 경우 정부가 수업료를 지원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공립학교에 투입할 예산을 대신 사립학교나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 지원 학생에게 돌리는 방식인 만큼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유타주의 경우 약 5,000명의 학생에게 1인당 8,000달러를 사립학교 입학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립교육제도에 배정하는 학생당 지원 금액의 두 배나 되는 돈이다. 특히 사립학교 등록금은 거의 1만1,000달러에 달하는 만큼 저소득층은 이 바우처를 받아도 사립학교에 지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솔트레이크 트리뷴은 전했다. 결국 부유층과 중산층 이상에게만 혜택이 쏠려 교육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와 같은 반대론자들은 장기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공립학교를 지원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라고 전했다.

AP에 따르면 일리노이 캔자스 미주리 네브래스카 등 적어도 12개의 주가 아이오와나 유타와 유사한 법안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사회가 공교육의 근간과 원칙을 둘러싼 대논쟁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이미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교육 이슈로 재미를 본 공화당은 2024년 대선에서도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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