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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적은 이란?... “양국 관계 단순화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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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의 적은 이란?... “양국 관계 단순화 무리수”

입력
2023.01.28 15:00
수정
2023.02.0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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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권 분쟁, GCC vs 이란 대립구도 있지만…
이란 수입 68% UAE서, 두바이는 ‘제2 테헤란’
UAE, 실리외교…양국 대사 파견 정식 외교관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지난 14~1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아크부대에서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이란이 강력 반발하면서 파장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연일 이 발언이 “사실관계에 맞다”며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중동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UAE 입장에선 이란이 안보 위협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적으로 양국은 친밀한 데다 역사·지정학적으로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여서다.

양국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선 5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양국 문제는 UAE가 1971년 독립하기 이전인 1968년 영국이 걸프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아부무사, 대 툰부, 소 툰부 등 3개 섬을 이란이 실효 지배하면서 양국은 영유권 분쟁을 벌여 왔다.

UAE는 미국의 석유 안보를 주목적으로, 친미 성향이 강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걸프협력회의(GCC)에 가입하기도 했다. 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 다른 걸프 국가들도 참여한 GCC는 1970년대까지 친미 국가였다가 혁명 이후 왕정을 타도하고 반미로 돌아선 이란을 경계하는 안보협력체다. 공화정 형태이지만 실질은 왕정인 UAE를 포함해 대부분 왕정국가인 이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혁명의 확산이란 분석이다.

"중개무역으로 먹고사는 UAE에 적국 정해주니 얼마나 황당하겠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한 어린이가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미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이란이 패하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한 어린이가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미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이란이 패하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하지만 양국은 높은 수준의 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해외 지정학리스크 분석매체인 ‘포린 브리프’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지난해 UAE에서 약 120억 달러 상당을 수입했다. 이란 비석유 제품 수입의 68%를 차지하는 나라가 UAE다. UAE를 오가는 이란인과 무역상을 통해 세관에 신고되지 않는 실제 무역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김정명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UAE는 중개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며 이란과 ‘불가근 불가원’의 중립적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가서 양국을 적국으로 규정하니 UAE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하겠나”라며 “양국은 안보 충돌이 있다고 갑자기 적으로 선포하는 관계가 아니라, 무역은 무역 나름대로 계속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양국의 경제 협력은 유서가 깊다. 배로 1시간 거리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수천 년 전부터 교역을 벌여 왔다. 현재 UAE에 거주하는 이란인은 50만여 명, UAE 내 이란 무역업체는 8,000여 곳으로 추정된다. 두바이는 ‘제2의 테헤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이란인 무역상이 거주하고 있으며, UAE 곳곳에 이란인 공동체가 퍼져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이란은 UAE를 거점으로 다양한 교역을 벌이고 있다.

UAE 입장에서도 이란과의 경제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UAE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이란에 생필품을 비롯한 각종 물품을 세계 각국에서 컨네이터, 뗏목을 가리지 않고 실어 나르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항구에 들어왔다가 포장도 뜯지 않고 이란으로 가는 제품의 가격은 두세 배로 뛰는 일이 많아, UAE가 얻는 경제 이익도 그만큼 크다고 한다.

"UAE, 중·러와도 교류 확대"... "중동 정치지형 다양·복잡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안보에 있어서도 UAE가 일방적 친미를 추구하지 않고, 균형·실리외교를 추구해 온 점도 이란 적대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UAE는 사우디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될 것을 우려해 과거 GCC의 단일통화 도입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중국, 러시아와도 교류를 확대하며 다자·중립외교를 지향하고 있다. UAE는 지난달 사우디 리야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국-GCC 정상회담에 참석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사우디마저 최근 중국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을 정도로 중동 전체의 분위기도 실리 외교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UAE가 굳이 이란을 적국으로 단정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란 적대화는 중동의 무역 허브, 마이스(MICE) 산업 중심지를 지향하는 UAE의 국가산업전략과도 맞지 않는다.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UAE는 안보문제는 미국과 공조하지만 경제협력은 이란과 하고, 중국·러시아와도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며 “제3국이 적국 관계를 얘기하는 자체가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중동 지역의 정치지형은 과거와 다른 다양성과 복잡성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이분법 사고로 이곳 내부를 살펴보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양국은 상대국에 대사관이 있는 정식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UAE가 이란과의 외교관계 수준을 공사급으로 낮췄지만, 지난해 대사급으로 복원했다. 양국은 서로를 적국으로 규정한 적도 없다는 지적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는 “인구 1,000만 명 규모의 UAE가 9,000만 명 규모의 이란을 적대해서 좋을 게 없다”며 “그런데도 우리가 양국을 적국으로 규정해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릴 경우 거대 시장(이란)만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 안보불안 부추겨 '세일즈 외교' 부각"

UAE 버즈두바이에서 본 두바이 시내. 한국일보 자료사진

UAE 버즈두바이에서 본 두바이 시내.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란 대통령에게 최소한 유감표명을 해야 한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결책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약 70억 달러 동결에 대한 해법까지 내놓지 않는 이상 문제를 풀기 어려워졌다는 충고도 나온다.

하지만 윤 대통령 귀국 이후 여권 지도부는 과거 외신 기사나 논평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맞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TBS 라디오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주적은 이란'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권 주장의 사실관계부터 틀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전 의원은 “TBS 라디오 발언을 찾아보니 ‘현재(2018년 1월) UAE의 주적은 이란이지만,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관계는 많이 완화가 됐고’라고 말한 것이었다”며 “주 원내대표의 주장은 악의적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공론장에서 한 각각의 주장과 국가원수가 외교무대에서 한 발언의 무게와 책임의 차이도 크다.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UAE로부터 30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면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원전 수주를 위해 UAE 전쟁시 한국군이 자동개입하도록 한 군사비밀협약의 효과를 확인하면서 흥분해 공개되지 말아야 될 민감한 사실까지 공개하고, 안보공동체를 강조하며 ‘UAE의 적은 이란’ 등 발언을 쏟아내는 외교 참사를 일으킨 것이 사건의 실체”라며 “대통령이 빨리 유감을 표명하고 이란에 특사를 파견해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UAE의 안보 불안이 심해지면 우리의 세일즈 외교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판단한 윤 대통령과 여권 지도부가 연일 “UAE의 적은 이란”라는 주장을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단기 외교 성과를 내기 위해 UAE와 이란의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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