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주기 추모문화제, 신오쿠보역에서 열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청년들이 다정한 이웃으로서 수현이가 바랐던 한일 우호의 꿈을 이뤄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2년 전 철로로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숨진 고 이수현씨(당시 26세)의 어머니 신윤찬(73)씨의 소원이다. 신씨는 26일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과 인근 한류 공연장 ‘K-Stage O!’에서 개최된 ‘22주기 신오쿠보 전락사고 추모문화제’에 참석해 헌화하고 이같이 말했다.
신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규제 때문에 2년 동안 일본을 방문하지 못했다. 3년 만에 아들이 숨을 거둔 역사를 다시 찾은 신씨는 “항상 여기 설 때마다 그때가 생각나곤 한다”고 말했다. 한류의 중심지가 된 신오쿠보 지역을 오가는 수많은 일본 청년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도 저렇게 바쁘게 뛰어다녔겠구나 싶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신씨는 그러면서도 “수현이는 이제 국경을 초월한 인간애의 상징으로, 한국과 일본의 우호와 관계 개선의 마중물로 기억되어 기쁘다”며 “한일 우호의 1인자가 되겠다던 아들의 말을 힘닿는 대로 이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윤덕민 주일대사도 신오쿠보역 추모 동판에 헌화하고 역 플랫폼에서 묵념했다. 배경택 도쿄 총영사가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선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일면식도 없는 일본인을 구하려 했던 26세의 평범한 한국인 청년의 행동엔 국경이 없었다”며 “그가 보여준 용기와 희생은 한일 양국 국민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 다시 한일 양국의 인적 왕래가 재개됐다. 다시 한일 우호를 위한 새싹이 자라나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주일대사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씨는 2001년 1월 26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신오쿠보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보고 뛰어내렸다. 현장에 있던 사진작가 세키네 시로씨도 취객을 구하고자 함께 선로로 내려갔지만 열차가 너무 빨리 접근하는 바람에 3명 모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줬다. 이후 LSH아시아장학회가 설립돼 매년 일본 학교에 재학 중인 각국의 유학생 1,00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