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핍박에 독일 떠나며 '헐값' 매각 주장
45년째 소장 구겐하임 측 "터무니없어"
일본 보험사 상대 고흐 '해바라기' 반환 소송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독일 유대인 후손들로부터 2,500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 청구 소송을 당했다.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다림질하는 여인'(1904년작)을 두고서다. 후손 측은 나치 정권의 박해로 이 걸작을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면서 구겐하임이 그림을 되돌려주거나 돈으로 물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 유대인 사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칼 아들러 부부의 후손은 '다림질하는 여인'을 반환하거나, 최대 2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최근 뉴욕 맨해튼 대법원에 제기했다고 2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아들러 후손은 과거 독일 나치 핍박 때문에 아들러가 피카소의 1904년작을 어쩔 수 없이 매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가죽 제조업체 이사장이었던 아들러는 1916년 뮌헨의 미술품 수집가 하인리히 탄하우저로부터 '다림질하는 여인'을 구입했다가 22년 뒤 탄하우저의 아들에게 되팔았다. 나치 박해를 피해 독일을 떠나면서 모든 재산을 처분하느라 겨우 1,552달러(약 191만 원)에 그림을 넘겨야 했다는 게 아들러 측 주장이다. 탄하우저 가문은 그림을 1976년까지 소장하다 1978년 구겐하임 미술관에 기증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배상 요구를 일축했다. 미술관 대변인은 "나치 정권이 훔치거나 압수한 게 아니라 거래된 그림"이라며 "그림의 합법적인 소유자가 누구인지 소송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1904년작인 '다림질하는 여인'은 짙은 청록색을 주로 쓴 피카소의 이른바 '청색 시대(1901~1904년) 막바지 작품이다. 프랑스 파리의 젊은 무명 예술가였던 피카소는 당시 주변의 노동자들과 소외 계층을 애처롭게 묘사했다. 구겐하임은 그림에 대해 "황량한 색감의 작품으로 고난과 피로감의 대한 피카소의 전형적인 이미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나치 시대에 강제 매각된 예술품의 반환 소송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독일 유대인 은행가 후손들은 최근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소장한 일본 손해보험사(SOMPO)에 작품 반환과 1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 청구 소송을 걸었다. SOMPO 측도 "소유권을 꼭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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