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김모씨 기소, 면탈 대가 2억 챙겨
병역면탈자·가족 21명도 불구속 재판행
허위 뇌전증 환자를 만들어내 병역면탈을 유도한 브로커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비슷한 수법으로 지난달 기소된 브로커 구모(47)씨에 이어 두 번째다. 김씨를 통해 병역 감면 혐의를 받은 이들도 무더기 기소됐다. 의사와 프로게이머 코치, 골프선수 등 직군도 다양했다.
서울남부지검ㆍ병무청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은 26일 군 행정사 출신 브로커 김모(37)씨를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병역면탈자 15명과 범행에 적극 가담한 면탈자 가족 및 지인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금까지 신종 뇌전증 병역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23명이다.
김씨는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병역의무자들과 공모해 발작 등 뇌전증 증상을 가짜로 꾸며 의료기관에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게 하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인터넷 병역상담카페를 만들어 병역의무자와 가족 등을 유인했다. 이후 “내 시나리오대로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하면 병역을 감면시켜 주겠다”고 약속한 뒤 컨설팅비 명목으로 총 2억610만 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진행 과정도 치밀했다. 당장 군 면제를 받아야 하는 병역면탈자에게는 허위 119 신고로 3차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게 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면탈자는 1ㆍ2차 병원 진료를 거치게 하는 등 다양한 각본을 짰다. 공범으로 기소된 면탈자 가족과 지인들 역시 김씨 지시대로 119에 허위신고를 하거나 발작 증세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ㆍ행사 혐의도 적용했다. 불실기재는 공무원에게 허위신고를 해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게 한 경우 적용된다. 병역면탈 사건에서 ‘불실기재죄’가 적용된 건 처음이다. 이 죄목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환수 대상에 해당돼 브로커의 범죄수익을 효과적으로 거둬들이려는 사전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검찰은 전날 김씨의 범죄수익에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김씨의 도움으로 병역 감면을 받은 면탈자는 의사(공중보건의) A(30)씨, 프로게이머 코치 B(26)씨, 골프선수 C(25)씨 등 15명이다. 다만 브로커 구씨를 통해 병역을 감면받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27ㆍOK금융그룹)과 프로축구 선수 A씨, 래퍼 라비(30ㆍ본명 김원식), 부장판사 출신의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아들 등은 이번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선 보강 수사를 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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