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공격했다며 비판하다가 ‘태도 돌변‘
“불출마 선언, 숙고 끝에 내린 고뇌에 찬 결단”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전 의원을 “영원한 당원 동지”라고 부르며 ‘러브콜’을 보냈다. 3월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에서 안철수 의원과 사실상 양강 구도가 형성되자, 주요 변수로 떠오른 나 전 의원 측에 긍정적인 신호를 내보낸 셈이다.
김 의원은 2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나 전 의원에 대해 “저하고 오랫동안 정치적 행보도 같이하고, 지향성·가치관도 굉장히 유사하고, 한 번도 탈당하지 않고 정통성을 가진 뿌리 정당, 보수 정당을 지켜온 영원한 당원 동지”라며 “해야 할 역할을 서로 나누고 같이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을 비롯한 친윤(친윤석열)계가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을 부당하게 공격했다며 비판하던 데서 입장을 확 바꾼 것이다. 앞서 나 전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대사)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자, 친윤계는 일제히 나 전 의원 비판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의 글이 윤 대통령이 주변의 잘못된 조언으로 그릇된 판단을 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숙고 끝에 내린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추켜세우는 등 칭찬하기에 바빴다. 또 나 전 의원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당에는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의 당권개입을 우회 비판한 데도 “뭐 비유를 가지고…”라며 이전과 달리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이 같은 김 의원의 태도 변화는 김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로 치러지게 될 3·8 전당대회에서 나 전 의원이 어느 편에 서느냐가 승부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의원이 앞서가던 당대표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최근 안 의원이 뒤집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다급해진 상황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윤상현, 안철수 의원과 '안·윤·나 연대'를 이룰 경우 김 의원에게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 연출된다. 안 의원과 윤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수도권 대표론'을 내세우고 있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의 정치적 인연을 강조하며 경쟁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나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저하고 나 전 의원은 2019년 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 광화문에서 민주당 정권을 타도하자고 그렇게 외치면서 싸운 동지”라며 “뿌리를 같이하는 사람이 서로 마음 맞추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 물밑 접촉을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김 전 의원은 ‘먼저 연락을 해서 (나 전 의원을)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진행되는 것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직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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