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천고속도로 한강 교량 일부 구간
강동구 "공사 초기부터 고덕대교라 불려"
구리시 "한강 87%가 구리... 형평성 고려"

이수희(가운데) 강동구청장이 18일 (가칭)고덕대교 건설 현장을 찾아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강동구청 제공
33번째 한강다리 명칭을 놓고 인접 지자체인 서울 강동구와 경기 구리시가 '이름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강동구는 '고덕대교'를, 구리시는 '구리대교'로 명명할 것을 각각 주장하면서 주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25일 강동구와 구리시에 따르면 한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33번째 다리인 (가칭)고덕대교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세종~포천고속도로 구간에 포함돼 지난 2016년 착공했고, 총연장 1,725m 왕복 6차로 규모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구리암사대교 명명 당시에도 양측 갈등
갈등은 구리시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구리시는 공사 시행 초기 계획안에 고덕대교 명칭이 들어가 있는 것에 반발해 시공사 측에 해당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후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구리대교 명칭 여론전을 확산하고 있다.
새 다리의 한강 구간 중 87%가 행정구역상 구리에 포함된다는 게 구리시가 내세운 명분이다. 더구나 인접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의 한강다리 이름도 강동대교인 만큼 이번엔 강동구가 양보를 해서 구리대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리시 관계자는 "구리시도 장기간 공사로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역 형평성을 고려해 구리대교로 명명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강동구는 교량의 시작점이 강동구 행정구역인 고덕동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공사 시행 초기부터 고덕대교라 불린 데다, 중재안으로 제시된 '구리고덕대교' 역시 인근 2㎞에 '구리암사대교'가 있어 혼란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강동구 관계자는 "공사 현장이 강동구 도심을 관통해 주민들이 많은 피해와 불편을 겪어왔다"며 "공사 초기 6년 전부터 고덕대교라 불린 명칭이 뒤집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서울 강동구 구리암사대교 개통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강동구와 구리시의 '한강다리 이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강동구 암사동과 구리시 토평동을 잇는 구리암사대교 건설 당시에도 강동구는 암사대교, 구리시는 구리대교를 주장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고구려대교'와 '광개토대교'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당시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구리암사대교로 최종 결정했다.
두 지자체 간 '이름 전쟁'이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여론전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강동구는 '고덕대교 5만 주민 서명운동'을 통해 최근까지 7만4,000여 명이 서명했고, 구리시 역시 '구리대교 20만 범시민 서명운동'을 진행해 현재 3만여 명이 서명했다.
도공·국토부 등 지명위원회 논의 후 결정
주민 숙의 과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과거에는 다리 이름과 관련한 분쟁이 없었다. 1980년대 제1한강교와 제2한강교, 제3한강교 등이 당시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각각 한강대교, 양화대교, 한남대교로 변경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기차역 등 주요 시설물 이름을 놓고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33번째 한강다리 위치.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강이 가지는 상징성과 지역 이미지 상승 효과를 기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해 과도한 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동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이름을 붙이는 것은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이미지 개선이나 추가 개발 효과 등을 기대할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자체 단체장이 서로 만나 대화의 장을 마련하거나 한 발씩 양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조만간 두 지자체의 의견을 청취한 뒤, 시설물 명칭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름을 결정할 예정이다. 두 지자체 중 한쪽이 거부하면 공은 국토교통부로 넘어가 국가지명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친 뒤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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