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
지난해 10월 연설과 동일 표현
하야시,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3일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을 통해 한국과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러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은 외교연설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10년째 이어갔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연설 중 ‘노 마스크’가 허용된 국회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연설했다. 그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이며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 온) 우호 협력 관계를 토대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의사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3일 임시국회 소신표명연설 때 한국에 대해 사용한 표현과 동일하다.
1년 전에 비해 우호적으로 바뀌어... 독도 영유권 주장은 계속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월 17일 시정방침 연설 때는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발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징용)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따라 한국 정부에 시정 조치를 계속 요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10월 연설 때는 한국에 대한 언급이 우호적으로 바뀌었고, 이번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하야시 장관도 외교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북한에 대한 대응 등을 염두에 두고 안전보장 면을 포함해 한일 간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은 분명하다”면서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장관끼리를 포함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하야시 장관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명칭)는 역사적 사실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10년째 독도 영유권 주장을 계속했다.
중국에 "책임 있는 행동 강하게 요구"
기시다 총리는 중국에 대해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포함해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상황과 홍콩 정세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가 ‘중일 평화우호조약’ 45주년인 점도 염두에 두면서, 제반 현안을 포함해 정상 간을 비롯한 대화를 착실히 거듭하고, 공통의 과제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건설적이면서 안정적인 관계’를 중일 쌍방의 노력으로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전례 없는 빈도와 양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면서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납치, 핵, 미사일이라는 제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북일 국교 정상화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조기 해결을 강조하면서 “저 자신은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결의”라고 재차 밝혔다.
방위력 강화 의지 피력... 방위비 전년 비 26.3% 증가 예산안 제출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안보 환경 악화를 언급하면서 5년 동안 43조엔(약 410조원)의 방위예산 확보 및 ‘반격 능력’의 보유 등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의지도 재차 피력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국회에 전년도보다 6.3% 증가한 114조3,812억 엔의 2023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예산안을 제출했다. 방위비는 전년 비 26.3%나 증가한 6조8,219억 엔을 책정했고, 이와는 별도로 2024년도 이후의 방위비 증액에 충당하기 위한 특별회계로부터의 입금 등 세외수입 3조3806억 엔을 ‘방위력 강화자금’에 추가로 도입했다.
어린이·육아 정책 최우선시...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으로 '노마스크' 연설도
기시다 총리는 국내 정책과 관련해서는 저출생 대책인 어린이·육아 정책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80만 명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언급하며 “‘아이 퍼스트’의 경제·사회를 만들어, 출생률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아를 하는 당사자로부터의 의견을 철저히 묻고 모두가 참가하도록 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을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일상을 되찾기 위한 대책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올 봄에 감염증법 상 분류를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같은 ‘5류’로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마스크 착용 원칙에 대해서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열린 정기국회에선 코로나19 발생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연설, 질문, 답변 시에 ‘노마스크’가 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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