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이재명계 의원 수십 명이 참여하는 토론회 모임인 ‘2023년 민주당의 길’(민주당의 길)이 내달 초 출범할 예정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걷히지 않으면서 당내 이합집산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길의 전신은 '반성과 혁신'이다. 민주당 의원 40여 명이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패인 등을 분석하기 위해 만든 토론회 모임이다. 비이재명계 3선 이원욱, 재선 김종민 의원 등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문파' '개딸'로 대표되는 팬덤 정치 의존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입법 독주를 주요 패배 요인으로 꼽으며 자성 목소리를 냈다. 20일 야권에 따르면, 이 토론회를 확대 개편하는 민주당의 길은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지켜야 할 가치와 바뀌어야 할 점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친문 홍영표, 86 이인영 합류..."비명계 결집" 평가
특히 민주당의 길로 바뀌며 새로 합류하는 인물 면면이 심상치 않다. 반성과 혁신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친문재인계 4선 홍영표 의원과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생 학생운동권 출신) 리더 격인 4선 이인영 의원 등이 가입했기 때문이다. 친문·친이낙연계 신동근 의원도 합류한다.
반면 반성과 혁신 시절 몸담았던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민주당의 길에 불참하며 비명계 농도는 더 짙어졌다. 초선 전용기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와 안 맞는 것 같아 민주당의 길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친문계와 86그룹, 비주류 등 비이재명계가 결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길은 출범 시기를 설 직후로 검토했으나 1월 말이나 2월 초로 늦추기로 했다. 오는 28일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직전에 출범식을 하면 비명계 세 과시로 비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이재명계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표적 친문계 중진인 전해철 의원이 이사장을 맡은 친문계 싱크탱크 '민주주의4.0'이나 문재인 정부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모여 만든 '사의재' 역시 정책 모임을 표방했지만 계파 활동 구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들은 부인하지만 일각에선 이 대표의 중도 사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스트 이재명' 준비 모임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친문 패권주의부터 반성해야" 반발도
단, 이들이 유권자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쇄신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공천 불이익을 우려해 모인 비주류 연합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주류였던 친문계와 86그룹은 당시 친문 패권주의와 정권 재창출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이 대표만 흔들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견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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