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19일(현지시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넷플릭스를 설립한 지 25년 5개월 만이다.
헤이스팅스는 30대 후반이던 1997년 DVD 대여로 사업을 시작한 뒤 인터넷을 활용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해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이날 퇴진 성명에서 "이사회와 후임 공동 CEO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자선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며 "넷플릭스 주식 가치가 좋아지는 데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스팅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넷플릭스의 지휘봉은 서랜도스와 그레그 피터스 공동 CEO에게 넘어갔다. 서랜도스는 2020년 7월부터 공동 CEO로 회사를 이끌고 있고, 이번에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승진한 피터스는 넷플릭스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광고 요금제 출시를 주도했다.
컴퓨터 공학과 수학을 전공한 헤이스팅스는 1997년 자신이 세운 첫 회사의 직원이었던 마크 랜돌프와 캘리포니아주 스코츠밸리에서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월정액을 내는 회원 고객에게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 주는 서비스였는데, 영화 '아폴로13' 비디오를 빌린 뒤 늦게 반납해 40달러의 연체료를 낸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넷플릭스는 2007년 컴퓨터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고, 각종 인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2017년 가입 회원 1억 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누리며 그해 말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다. "규칙이 없는 무규칙이 넷플릭스의 규칙"이라며 자율과 혁신,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경영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업계 내 경쟁이 심화하고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지난해 상반기엔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2022년 1분기 가입자가 이전 해 4분기와 비교해 20만 명 줄면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후 헤이스팅스는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와 함께 정리해고 등 회사 구조조정에 나섰고, 가입자 기반과 수익을 다시 늘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저렴한 가격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같은 변화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가입자가 766만 명 급증하고 회원 수가 2억3,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반등에 성공했다.
헤이스팅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 덕에 2021년 3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하자 이 작품에 나오는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실적 발표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넷플릭스는 이날 주주 서한에서 "지난해 시작은 평탄치 않았으나 마무리는 밝았다"며 "성장을 다시 가속할 확실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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