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번식력이 강해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반려동물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개나 고양이만큼이나 자주 볼 수 있는 동물이다.
하지만 토끼 역시 기후위기에서 안전할 수 없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토끼목 포유동물 87종 중 4분의 1이 이미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온난화를 피해 서식지를 옮겨야 살아남는 '토끼난민'들도 상당할 거라는 예상이다. 2059년 토끼해에도 야생 토끼를 만날 수 있을까. 현재 위험에 처한 토끼들을 소개한다.
고산토끼: 털갈이 시기 놓쳐 천적에 노출
유럽과 중앙아시아, 북미 등에 서식하는 고산토끼는 평소 털 색깔이 갈색이지만, 눈이 쌓이는 시기에 맞춰 흰색으로 털갈이를 한다.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한 보호색인 것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만년설이 줄고 눈이 쌓이는 시기가 짧아지면서 이들은 위험에 처하고 있다. 고산토끼의 적응 속도가 지구온난화만큼 빠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로키산맥의 고산토끼를 연구한 몬타나대학교의 연구진에 따르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쯤엔 눈이 쌓이는 시기가 현재(약 160일)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로 인해 고산토끼는 약 36일간 날씨와 다른 털색으로 다니면서 천적에 노출되게 된다. 연구진은 "토끼가 사냥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더 빠르게 적응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후위기 진행 속도를 따라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앙토끼: 기온 상승으로 서식지 사라져
새앙토끼는 설치류처럼 생겼지만 토끼목에 속하는 동물이다. 포켓몬스터의 주인공인 피카츄의 모델이기도 하다. 주로 높은 산악지대에 사는 이 토끼는 시베리아와 몽골, 중국 북동부 등에 서식한다. 북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이 구분한 멸종위기등급 '레드리스트'에 따르면 새앙토끼는 생존을 위협받는 '관심대상'이다. 기후변화로 고산초원의 생태계가 바뀌면서 주식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섭씨 25도 정도의 온도에서 체온조절이 어려워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이들은 100년 안에 멸종될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온화한 기후의 토끼도 위험하다
우리나라처럼 온화한 기후에 사는 토끼들도 위험에 노출됐다. 지구온난화로 모기나 기생충이 많아지면서 매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펜스테이트대학교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20여 년간 스코틀랜드의 야생환경 변화와 토끼들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온난화의 영향으로 토양 매개 기생충들이 토양에서 더 오랜 시간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 중에는 토끼의 면역체계와 상충하는 종류도 있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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