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석유회사, 작년 하루 평균 100만 리터 잃어
터널·콘크리트 안쪽에 땅굴 파 착유..적발에 난항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의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휘발유를 훔쳐가는 사건이 늘고 있다.
레포르마, 인포바에 등 멕시코 매체들은 19일(현지시간)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가 지난해 하루 평균 휘발유 절도 규모를 6,100배럴로 공식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직전 집계된 2021년 하루 평균 3,600배럴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6,100배럴은 약 100만 리터에 달하는 양으로, 멕시코의 휘발유 값이 1리터 당 약 22∼23페소(1,430∼1,500원) 정도인 걸 고려하면, 매일 약 15억 원에 달하는 휘발유가 증발한 것이다. 이렇게 빼돌린 석유는 현지에서 리터 당 15페소(980원) 정도로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초에도 절도가 있었다. 페멕스는 최근 정부에 제출한 '탄화수소 전환을 위한 보고서'에서 "올해 1월 들어서 보름 만에 하루 평균 5,500배럴의 석유를 도난당했다"고 적었다.
멕시코의 석유 절도 문제는 비단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다. 2019년에도 하루 평균 6,400 배럴, 2020년에는 4,800 배럴이 도난당했다. 이렇다 보니 빼돌린 석유를 지칭하는 '우아치콜'이라는 단어도 따로 있을 정도다. 우아치콜은 불량 알코올음료를 뜻하는 말이다.
‘석유 도둑’들의 작업은 빠르고 은밀하게 진행된다. 터널이나 콘크리트 구조물 안쪽에서 땅굴을 파고 들어간 다음,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정교하게 착유하는 식이다. 지하에서 이뤄지는 만큼 드론으로 감시하기도 까다롭다.
문제는 석유를 뽑아내다 폭발 사고 등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9년 이달고 주에서는 송유관의 휘발유를 훔치는 과정 중 실수로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13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연방 정부는 보안 활동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페멕스 송유관 주변에 2,900여 명의 육군과 국가방위군이 투입돼 상시 감시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전국 6곳에서 불법 석유관과 취유구를 확인하고 9만8,000 리터의 석유를 확보하기도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달고 등지에서 석유 절도 행위가 재개되고 있다"며 일부 지역 주민이 대가를 받고 우아치콜 업자들을 감싸주고 있는 정황도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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