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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화폐의 마법... 미국 사기극이 글로벌 인플레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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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화폐의 마법... 미국 사기극이 글로벌 인플레 불렀다"

입력
2023.01.22 07:00
수정
2023.01.22 09:06
0 0

김종철 교수, '경제와사회' 논문서 주장
"美연준, 정부와 한 몸인데도 분리된 척
안 갚아도 되는 돈 선물해 유동성 공급
팽창한 수요 탓에 원자재 등 가격 폭등"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달러화. 게티이미지뱅크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달러화. 게티이미지뱅크

“현재의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김종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비판사회학회 계간 학술지 ‘경제와사회’ 2022년 겨울호에 투고한 논문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제국주의’에서 던진 화두다. 서구 선진국의 주류 경제학 이론은 저소득 국가를 기아와 분쟁 위기에 빠뜨리는 저 파국적 현상을 자연스러운 주기적 경기 순환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 생각은 다르다.

김 교수가 보기에, 지금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 현상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가 부른 인위적 결과다. 그는 우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 대응을 명분으로 도입한 양적 완화 정책의 이면을 폭로한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푸는 통화 정책을 가리킨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내 물가 상승과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감내하는 고육책이다. 국채 발행을 늘리는 만큼 국가 채무가 늘어 재정건전성도 나빠진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다.

미국은 예외다. 전 세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인데 그 특권도 누린다. 실제 미국의 양적 완화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미 연준과 재무부는 겉보기에 채권자ㆍ채무자 관계다. 재무부가 찍어 펴낸 국채를 연준이 매입하는 형식이라서다. 그러나 실상을 따지면 연준이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다. 연준은 대출로 얻은 이자를 재무부에 이전해야 한다. 법이 그렇다. 사실상 이자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재무부는 원금을 상환하지도 않는다. 빚을 갚아 유동성이 줄면 주식ㆍ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핑계다.

연준의 독립성은 미국이 꾸며 낸 허구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사기적으로 분리된 인격을 이용해 ‘부채’를 ‘공짜 화폐’로 바꾸는 형이상학적 속임수”라는 것이다. 연준이 정부에 빌려준 돈은 부채처럼 보이지만, 실체는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선물’이었던 셈이다.

이런 식으로 “양적 완화는 미 외부 사람들이 생산한 자원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짜 화폐를 미국에 선사하고, 그런 부(富)의 이전이 나머지 세계를 빈곤하게 만든다”고 김 교수는 꼬집는다.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이고, 그 결말이 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부가 미국으로 휩쓸려 들어가며 미국 내에서 상품 수요가 팽창하고, 미국 밖에서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 달러는 화수분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적자가 나도 어느 선 밑으로는 화폐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달러가 기축통화여서 가능한 일이다.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세 가지다. 우선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동맹을 지속하는 것이다. 달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로부터 석유를 구매할 때 지급할 수 있는 유일한 통화다.

두 번째는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용인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외환위기를 꾸준히 조장해 장기적으로 신흥국들의 달러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계속 특권을 누리려 하기 때문에 초래된다는 게 김 교수 진단이다.

현재 한창인 미국의 ‘양적 긴축(유동성 회수)’도 이기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의 경기 침체와 외환위기를 유발한다. 이미 미국은 기축통화국 특권을 활용해 자국 회사나 가계가 고정금리 장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대출시장 구조를 만들어 놓은 터라 공격적 긴축이 가능한 것이라고 김 교수는 갈파한다.

김 교수가 내놓는 대안은 ‘원자재 준비 통화(commodity reserve currency)’다. 지금처럼 달러의 전횡을 방치하는 대신 일부 원자재에 통화 가치를 고정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브레턴우즈 체제하에서 도입됐던 금본위제가 이 제도의 대표적 구현이다. “이런 개혁 조치 없이 금리만 올리는 긴축 정책은 저소득국에 고통을 전가하는 제국주의적 행태의 단면”이라고 김 교수는 일갈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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