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네 사람들' 출연진, 디지털 휴먼 박윤배와 감정 교류
김세훈 PD "가족의 의미 되새길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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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왼쪽) 현돈 PD가 '회장님네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tvN 스토리 제공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만들기에 더욱 가혹하다. 많은 이들이 꿈에서라도 죽은 가족, 연인, 친구를 만나 다시 한번 대화를 나누길 간절히 원해왔다. '회장님네 사람들'에서는 상상이 현실로 바뀌었다. 디지털 휴먼으로 구현된 고(故) 배우 박윤배는 가족, 동료들과의 추억에 젖어들었고 촬영장은 곧 눈물바다가 됐다.
tvN 스토리 '회장님네 사람들'의 김세훈·현돈 PD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회장님네 사람들'은 대한민국 대표 원로 배우 김용건 김수미 이계인이 만나 제2의 전원 라이프를 펼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예능이다. MBC 드라마 '전원일기'로 호흡을 맞춘 세 사람의 활약이 '전원일기' 애청자들의 그리움을 자극하는 중이다.
'회장님네 사람들'은 설 특집 15화에서 박윤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디지털 휴먼으로 구현된 그는 출연진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프로그램에 감동을 더했다. 박윤배의 딸도 '회장님네 사람들' 촬영장을 찾았다. 제작진은 박윤배를 그리워하는 출연진과 시청자들을 위해 이번 특집을 준비했다.
박윤배와의 실시간 소통
박윤배의 디지털 휴먼 구현은 출연진이 드러낸 그리움에서부터 시작됐다. 현돈 PD는 "섭외하고 사전 미팅할 때 (김용건 김수미 이계인) 선생님들이 돌아가신 '전원일기' 출연자분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당시 출연진의 말을 듣고 납골당 같은 곳에 가면 좋을 듯하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고민이 깊어지면서 김용건 김수미 이계인과 시청자들에게 더 특별한 선사하길 원하게 됐고 디지털 휴먼을 떠올렸다.
이번 특집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출연자들과 화면 속 박윤배 사이에 실시간 소통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추억을 떠올리며 감정을 교류했다. 제작진은 '전원일기' 출연자들의 추억을 조사했고 섀도 액터는 구부정한 자세까지 연구해 박윤배 모습의 완성도를 높였다. 목소리는 기계와 사람의 힘을 합쳐 완성됐다. 현 PD는 "섀도 액터분이 목소리 연기를 해주셨다. 그 목소리를 기계를 통해 만졌다"고 설명했다.
출연 결심한 박윤배 딸

'회장님네 사람들'은 설 특집 15화에서 박윤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디지털 휴먼으로 구현된 그는 출연진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프로그램에 감동을 더할 전망이다. tvN 스토리 예고편 캡처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박윤배 유족의 동의는 필수였다. 김세훈 PD는 "따님을 만나 뵀는데 취지를 정말 좋게 생각해 주셨다. 동의해 주시고 촬영장까지 와 주셔서 감동적인 시간을 함께 해주셨다"고 말했다. 설 특집에서는 딸이 직접 등장해 화면 속 아버지와 마음을 나눈다. 현 PD는 "따님께서 원래 출연은 안 하고 촬영장만 오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실제와 똑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놀라 대화를 하고 싶다며 나오셨다. 본인 혼자 온 게 아쉽다고, 가족들과 같이 봤으면 좋았을 듯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 이렇게까지 잘 나왔을지는 몰랐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박윤배 딸은 촬영 전부터 큰 도움을 줬다. 제작진은 녹화 전 화면 속 박윤배의 옷을 구입하러 갔다. 그때 딸에게 "아버지께서 어떤 걸 입으시면 좋을 것 같으냐"고 물었단다. 현 PD는 "우리 임의대로 하면 유족분들이 실망하실 수 있을 듯했다. 디테일을 많이 신경 썼다"고 말했다. '회장님네 사람들' 제작진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눈물바다 된 촬영장
박윤배가 화면으로 등장한 날 촬영장은 그야말로 눈물바다가 됐다. 김 PD는 "이 프로젝트의 포인트는 '얼마나 얼굴을 똑같이 만드느냐'가 아니었다.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모습인 만큼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추억과 감정 교류가 핵심이었다. 출연자 선생님들께서 처음엔 무서워하시기도, 혼란스러워하시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엔 '감정을 주고받게 된다. 너무 놀랍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단다. 김 PD는 "출연자 선생님들이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이 몰입하셨다. 선생님들 반응을 보니 눈물이 났다. 편집본을 보면서도 다들 눈시울을 붉혔다"고 이야기했다.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여운은 녹화 후에도 이어졌다. 이들은 아직도 박윤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김수미는 촬영 중 했던 약속을 지켰다. 녹화 날 화면 속 박윤배는 자신의 딸이 김수미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고 했고 김수미는 "딸한테 김치 보내줄게"라고 답했다. 현 PD는 "녹화 끝나고 이틀 뒤에 촬영이 있었다. 김수미 선생님께서 (박윤배의) 따님과 아드님에게 반찬을 보내드렸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전원일기' 출연자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여운을 안겼다. 김 PD는 "'전원일기' 배우들은 22년을 함께했으니 거의 가족이지 않나. 박윤배라는 오빠, 동생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회장님네 사람들' 설 특집 15화는 지난 23일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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