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 간소화 흐름에 간편식 각광
4인가족 떡국·소갈비찜 준비 비용 비슷
적은 양만 먹을 땐 밀키트가 더 경제적
직장인 박모(50)씨는 명절마다 가족이 모여 함께 차례상 음식을 만든다. 요리가 취미인 박씨는 이번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러 가서는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부추만 해도 2,500원이었던 게 최근 2배가량 뛰었다”고 말했다. 이참에 그는 쓰레기도 적게 나오고 맛있게 잘 나온다는 간편조리세트(밀키트)를 구매해볼까 생각 중이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명절 차례상을 간소화하려는 문화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 명절 차례상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에서 응답자 66.7%가 "간소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간소화하는 이유로는 "가사노동 부담을 덜기 위해"(47.6%)가 가장 많았으며, "고물가 영향으로 재료비 부담이 크다"(44.0%), "직접 만드는 것보다 빠르고 효율적"(37.6%)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떡국·소갈비찜 비교해 보니
간소화 추세로 가는 명절 음식 중 특히 밀키트와 즉석조리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직접 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절감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절음식을 간편식으로 준비하면 직접 요리할 때의 비용보다 얼마나 더 저렴할까. 19일 한국일보가 서울 한 대형마트를 방문해 명절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떡국과 소갈비찜 재료와 밀키트 가격을 확인했다. 동일한 재료에 여러 브랜드가 진열된 경우 금액 평균을 구했으며, 모든 금액은 10의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떡국 재료 가격은 4인분 기준 △떡국용 떡 700g(6,000원) △소고기 300g(1만7,700원) △달걀 2개(500원) △파 2대(2,600원)로 총 2만6,800원이 나왔다. 한 밀키트 전문기업의 2인용 떡국 밀키트 가격은 11,900원으로, 4인분 기준 2만3,800원이다. 4인 가족이 한 차례만 먹는다고 할 때 직접 재료를 사서 먹는 것보다 밀키트가 오히려 저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소갈비찜도 비슷했다. 소갈비 재료 가격은 양념 제외 4인분 기준 △호주산 냉장 소갈비 2㎏(6만5,600원)를 비롯해 △무 100g(100원) △양파 1개(1,600원) △대파 2대(2,600원) △청양고추 3개(900원) △당근 1/2개 (1,000원) 등의 기본적인 부재료를 포함해 총 7만2,600원이다. 소갈비찜 즉석조리식품은 포털사이트 순위순 상위 5개 업체의 4인분(3㎏) 평균 금액은 7만1,100원이었다. '직접 요리'할 때 양념 비용도 고려한다면 간편식 비용과의 차이가 조금 더 벌어지겠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다.
물론 적은 양을 먹을 땐 밀키트가 저렴할 수 있지만, 음식 조리량이 많아질수록 직접 요리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밀키트는 장 보는 시간, 재료 준비 시간 등 간접비용 절약 측면에서 큰 우위를 보였다.
"가격 비싸도 편리하면 OK"
가격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명절날 간편식을 찾는 이유로는 ‘편리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젠 소비자들이 가격, 품질 등의 가성비를 따지는 것을 넘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는 편리한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밀키트 시장의 성장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의하면 2020년 밀키트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5% 증가한 1,882억원으로 2025년까지 연평균 31% 수준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식품업계도 감바스, 마라탕, 타코 등 각양각색의 밀키트를 내놓으며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전미영 연구위원은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편리함을 제공해준다면 가격이 비싸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시간 가치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명절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밀키트 소비문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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