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실수로 470만 원 송금
물품대금 110만 원 빼고 돌려줘
횡령으로 기소... 1심 무죄→2심 유죄
대법 "반환 거부 이유 보면 횡령 아냐"
거래처가 실수로 송금한 돈을 물품대금을 빼고 돌려준 경우 권리관계만 명확하다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류회사 이사 A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9월 주류 납품거래를 해 왔던 B씨로부터 470만 원을 송금 받았다. B씨는 계좌번호를 혼동해 다른 회사에 송금할 돈을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B씨가 갚아야 할 물품대금 110만 원을 빼고 360만 원만 돌려줬다.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에도 A씨는 요지부동이었다. B씨는 이에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도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재판에 넘겼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회사가 B씨에게 110만 원 상당의 물품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존재했다"며 "A씨가 110만 원이 물품대금 몫으로 회사에 귀속된 것으로 판단했을 뿐 횡령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송금 절차 착오로 입금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470만 원이 착오로 송금됐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 취지에 반해 권한 없이 처분하는 경우를 말한다.
재판부는 특히 물품대금은 마음대로 뺄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송금한 돈을 (물품대금으로) 정산하겠다는 특별한 약정이 없었다"며 "오히려 B씨로부터 전액 반환을 요구받았기 때문에 그대로 돌려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는 11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송금 다음 날 돌려줬고, 110만 원에 대해서도 물품대금으로 빼겠다는 의사를 충분히 밝혔다"며 "A씨가 금전 반환을 거부한 이유를 살펴보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반환을 거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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