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공무집행을 말하는 거냐.” “도대체 언제적 국가보안법이야!”
18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본부 건물 앞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관 등 30여 명이 건물 13층에 도착했다. 국보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간부 A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즉각 대응하면서 양측은 격렬하게 충돌했다. 1시간 가까운 대치 끝에 민주노총 측 변호인의 입회를 거쳐 국정원은 A씨 책상과 캐비닛 등을 압수수색할 수 있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충돌은 이어졌다. 경찰이 현장 진입을 통제하자 건물 입구에서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조합원들과 경찰관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700여 명의 경력이 투입됐고 소방차와 응급차까지 배치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윤석열 정부 규탄” “폭력적 노동탄압 규탄” “공안탄압 중단”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계속 구호를 외쳤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날 A씨 외에도 보건의료노조 실장, 전 금속노조 간부, 제주지역 시민단체 대표 등 4명의 영장을 발부받아 총 1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방첩당국의 전격적 압수수색에 민주노총은 “과도하고 무리한 집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에어 매트리스를 깔고 경찰 수백 명을 동원해 한 편의 잘 짜인 그림처럼 압수수색을 했다”면서 “조사도 안 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간부가 국보법을 위반했다는 뉘앙스를 흘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측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말실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야당 단독 보고서 채택, 여당 대표 선거 등을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역시 “구시대적 공안 탄압”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시민단체들도 경찰에 이관된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이 다시 가져가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 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사건을 빌미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과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대공수사권 이관을 되돌리려는 기획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국정원을 앞세운 ‘윤석열식 공안통치’의 시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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