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 임기 내 대체 매립지 조성 공약
최근 "대체 매립지 조성 몇 년 걸릴지 몰라" 발언
시민단체·주민들 의구심 속 4자 회의서 논의 예정
"임기 중 대체 매립지를 확보해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
유정복 인천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6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 약속이다. 현재 수도권매립지 자리에는 첨단산업단지와 공원, 체육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30년 넘게 쓰레기 매립지로 피해를 본 인천 서구는 물론 경기 김포시 주민들도 대환영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유 시장 발언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는 "매립지 사용 종료는 대체 매립지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대체 매립지 조성에 몇 년이 걸릴지는 조사해야 나온다"며 "그걸 직감적으로 얘기해선 안 된다. 저는 연도를 정해서 매립지 종료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지난 16일 OBS 신년특집 '시민과의 대화'에서도 '임기 내 매립지 종료가 될지 우려가 크다'는 인천 서구 주민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그는 "대체 매립지를 임기 내 조성하겠다"면서도 "대체 매립지를 어찌할지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것은 연구가) 되고 나서 얘기해야지 지금 하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매립지 종료 시기를 놓고 인천시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유 시장의 민선 8기 임기 내(2026년 6월) 매립지 사용 종료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는 시민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시 내부서도 잇딴 엇박자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유 시장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과 시장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류권홍 시정혁신관은 지난달 6일 기자들과 만나 "매립지 임기 내 사용 종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직속 자문기구인 시정혁신단 단장을 거쳐 2급 상당 시정혁신관에 임명될 정도로 최측근으로 꼽히는 류 혁신관의 발언이었기에 무게감은 상당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하루 만에 '개인 의견'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인천시는 설명자료를 내고 "임기 내 매립지 종료를 변함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류 혁신관은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천시는 지난달 30일 시 홈페이지를 통해 유 시장 공약 실천 계획을 공개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을 자초했다. 계획서에 매립지 종료와 대체 매립지 조성 시기를 '임기 후'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시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고, 문구를 '임기 내'로 수정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매립지 사용 연장되면 시장이 책임져야"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매립지 공약 추진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공약 실천 계획은 유 시장의 최종 결재 후 공개된 것으로, 실무자 실수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라며 "실천 계획에는 선언 이상의 근거와 구체적 내용이 없어 시민들이 '임기 내 종료' 약속을 신뢰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임기 내 분명히 실현하겠다면 근거가 있는 공약 달성 확인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며 "현재 사용 중인 3-1매립장 이상으로 사용이 연장된다면 유 시장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여 개 주민단체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종료 주민대책위원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주민들은 당선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매립지 종료를 포기하는 듯한 모습에 분노하고 있다"며 "매립지 종료 진행 상황과 성과를 공개하라"고 밝혔다. 수도권매립지연장반대 범시민사회단체협의회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입으로만 매립지 종료를 외친다"며 "종합대책을 마련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인천시 "임기 내 종료 위해 노력"
인천시는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4자가 2015년 6월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대체 매립지를 확보해 임기 내 종료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체 매립지 입지 선정과 조성 과정에서 지질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임기 내 조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앞서 4자 기구에선 1996년 12월 결정된 매립지 사용 기간(2016년까지)을 3-1매립장(103만㎡)이 포화되는 시점까지 연장하는 대신 대체 매립지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대체 매립지를 구하지 못하면 매립지의 잔여 부지를 최대 15% 범위(106만㎡) 안에서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달았다. 서울시와 경기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이 조항을 근거로 대체 매립지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당장 쓰레기 대란은 없을 것으로 자신한다. 환경부는 2021년 1~7월 두 차례에 걸쳐 대체 매립지 공모를 진행했으나, 지원한 지방자치단체는 없었다. 두 번째 공모는 인센티브 규모가 총 3조 원에 달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임기 내 대체 매립지를 확보해 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기 위해 노력 중으로, 입지에 따라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설 연휴 이후 4자가 만나서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논의에 나설 예정으로, 구체적 일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는?
인천 서구 오류동과 백석동, 경기 김포시 양촌읍 일대에 걸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 매립지의 대체 매립지로 1992년 2월부터 쓰레기가 반입됐다. 여의도 면적(2.9㎢)의 5.5배에 이르는 1,636만3,184㎡ 크기로, 원래 2016년까지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쓰레기 종량제와 재활용 정책으로 쓰레기 반입량이 줄면서 여전히 부지에 여유가 있는 상태다. 매립지 지분은 서울시와 인천시, 환경부가 각각 41.1%, 40.6%, 18.3%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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