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국경을 넘나드는 살인범의 재범과 법의 공백

입력
2023.01.18 19:00
25면
0 0
박미랑
박미랑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른바 동해 살인사건은 한 사람이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3건의 살인을 저지른 사건으로 우리 형사정책의 공백을 여실히 보여줬다. 해당 사건을 조명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사진=SBS 제공


한국, 베트남 넘나들며 3건의 살인을 저지른 범인
베트남 복역 후 추방됐지만 우리 법무부는 무대응
형사정책 실패 막는 당국의 제도개선책 마련 시급

강원도 동해의 공사현장의 일용직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온 남자, 사람들은 성실하고 착한 남자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는 세 명의 여성을 죽인 살인 범죄자였다. 한 사건에 세 명을 죽인 것이 아니라 10년을 주기로 자기 주변의 여성들을 죽였다. 첫 번째 살인은 2001년 헤어지자는 아내를 집요하게 쫓아가 살해하여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두 번째 살인 피해자도 주변 여성이었다. 첫 번째 살인으로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그는 3년이 채 되지 않은 2012년, 연인관계였던 베트남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다. 베트남으로 찾아가서 죽였다. 베트남 법원은 그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9년도 다 채우기 전인 2020년 그는 베트남에서 가석방되면서 한국으로 추방됐다. 그리고 그는 세 번째 살인을 저질렀다.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또 동거녀를 잔혹하게 살해하였다. 그 여성과는 동거를 시작한 지 2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칼로 인한 상처만 50개가 넘었고, 찌르다가 부러진 칼날도 현장에서 그대로 발견됐다. 누군가가 꼭 죽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 분노가 폭발한 현장이다.

그러나 본 사건은 몇 개의 질문을 던져보면 사건의 잔혹성이 아닌 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그에 대한 평가는 왜 가족을 경계로 달라지는가? 세 번이나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을 일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은 그를 문제없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평가하지만, 그의 실제 형제들과 연인들은 그를 두려워하는 것은 물론 정상이 아니라고 말을 한다는 점이다. 그의 분노는 대상에 따른 선택적 분노였고, 애착과 깊은 연관성을 가짐을 추론할 수 있다. 둘째, 그의 범죄는 왜 이렇게 잔인한가?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본드와 부탄가스를 흡입했다는 그는 살인 후 도주하면서도 부탄가스를 흡입한다. 뇌기능의 장애가 충분히 의심스럽지만 어떤 재판부도 그에게 치료를 명령하지는 않았다. 고장난 뇌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준다. 셋째, 살인 범죄자의 동종 재범이 높은가? 2021년 범죄 백서에 따르면 2020년 살인 범죄자(미수 포함) 805명 중 40%는 전과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살인 재범이 아니라 이종전과를 포함한 수치이다. 살인 범죄자가 처벌받은 이후 또다시 살인을 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2017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출소한 5,118명의 살인 범죄자의 5.5%가 다시 사람을 죽였다. 한 해 평균 1,000명의 살인 전과자가 사회로 나오고 최소 매년 55명의 사람을 다시 죽였다는 것이다. 그가 더욱 위험한 살인자였던 것은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에서 살인죄로 복역하고 가석방된 그는 어떠한 관리를 받았나? 우리나라의 경우, 가석방될 경우 보호관찰을 받는다. 이 보호관찰은 범죄자의 재범방지를 위한 목적과 사회 안전을 위한 목적을 동시에 갖는다. 베트남에서 14년을 선고받고 5년 이상의 형을 남겨 놓고 가석방되어 한국으로 추방된 그가 한국에서 재판을 받았다면 남은 형기가 종료될 때까지 보호관찰을 받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14년을 선고받은 살인마가 가석방되어 우리나라로 입국하여도 우리나라 법무부의 관리대상은 아니었다. 이를 재해석하면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입국하는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법무부의 관리가 전무하다는 이야기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그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렀건 외국에서 저질렀건, 살인자이고 범죄자여서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살인을 했던 한국인이 한국으로 추방되어 들어올 때 법무부가 정보 수집은 물론 관리의 의무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관련 법도 없고 고민도 없다. 법의 공백으로 살인범은 자유로웠고 또 한 명의 국민이 죽었다.

2017년 살인혐의로 15년을 선고받은 자의 살인 재범을 두고 당시 재판부는 형사정책의 실패라고 표현하였다. 베트남에서 살인하고 돌아온 강원도 동해의 살인자에게는 가해진 형사정책 자체가 아예 없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살인범 관리의 문제, 국민의 두려움 관점에서 허술한 법을 다듬어야 한다. 법무부는 보호관찰 대상자 범위의 확장과 치밀한 국가 간 범죄자 정보 공유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